▲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9월 10일은 세계자살예방의 날이다.상실과 조락의 계절,스산한 가을은 마음을 울적하게 만들어 역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자살의 충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40명 정도가 자살하는 세계 1위의 자살공화국이며,학생자살도 청소년 사망원인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근래에는 50대 중년층의 자살이 20년 전보다 4배나 늘었다.더구나 가족의 자살은 유가족의 43%에서 자살을 고려하게 만들며,가족과 친지 등에게 우울,불안,불면과 같은 정신적 고통을 유발한다는 보건복지부의 조사결과도 있다.특히,우리와 같은 집단주의 사회에서는 가까운 사람의 자살이 주변에 더 영향을 미친다.

중년 남성들은 실직이나 이혼으로 사회적 자존감을 상실하고 경제적 궁핍과 노후를 고민하지만 그 사정을 모르는 가족이나 이웃의 무관심이 더해서 자살하는 것이다.노년에 경험하는‘황혼 고독’은 스스로 비참하게 여겨지기도 한다.그러나 죽기보다는 자신의 책임을 완수하려고 더 애써야 한다.한 번뿐인 삶의 기회를 허무하게 포기할 수는 없으며,가족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와 부담을 남길 수도 없다.자신보다 더 심한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견디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상기하며 역경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흑백논리와 자동적인 부정적 예측을 반박하고 합리적으로 자기주장을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자살을 통해 타인에게 짐 되지 않게 하거나 더 이상 상처받기 싫다는 목적은 달성되지 않으며,복수나 잘못에 대한 보상도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않는다.자살 충동은 지연시키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다른 활동을 구경하거나 쇼핑을 하거나 미완성 과제를 생각하며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고,대화나 명상을 유도할 수도 있다.더 나아가 자기 집착에서 벗어나 자원봉사 활동을 통하여 자존심을 회복하며 타인의 어려움도 알 수 있다.부모,가보고 싶은 곳,하고 싶은 일,아이들의 성장과 웃음과 같은 단순한 즐거움을 생각하며 삶의 이유를 상기해본다.비록 당사자에게 좋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할지라도 고민을 들어주며 외로움을 함께 나누는 것만도 큰 도움이 된다.강물에 투신하여 구조된 사람들은 대부분 고마움을 표하며 재기의 의욕을 나타낸다고 한다.

자살의 책임은 가족보다는 사회가 개인을 적절히 아우르지 못하는 데 있다.사회복지와 실업대책이 제대로 수립되고,유명인의 자살에 관한 선동적 언론보도도 지양되어야 한다.우리의 생활이 이전보다 풍요로워져도 자살이 증가하는 것은 물질적,외형적 가치보다 내적 가치가 더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것이다.삶이 언제나 행복하고 살만하지는 않지만 우울하고 고통스러운 것만도 아니다.자신의 생활에 분주하더라도 주변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따뜻한 마음이 간절하기만 하다.우리 자신도 사람들의 사소한 친절과 호의에 흐뭇함과 고마움을 느끼면서 그들에게 그처럼 대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특별하거나 거창한 도움이 아니라 이웃 간 다정한 한 마디나 인사만으로도 비정한 자살사회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살만한 사회로 변모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사색의 시기에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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