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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마당] 잡초로 살아가기

이흥우 2018년 09월 10일 월요일
▲ 이흥우 수필가
▲ 이흥우 수필가
지난 7월 초에 들깨모종을 냈다.들깨모종은 소서쯤이 적기지만 조금 일찍 이식을 했다.장마가 일찍 끝난다기에 일기예보를 믿고 활착이 좋게 하려고 부지런을 떨었다.예상은 맞는 듯 했다.건강하게 활착을 했고,모종을 낸지 10일 되는 날 덧거름으로 복합비료를 주었다.들깨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었다.올해 들깨농사는 잘될 것 같았다.

가뭄이 심상치 않다.거기다 기온이 섭씨 40도에 육박한다.물대기 시설도 없는데 그런 날씨는 계속된다.들깨는 자라기는커녕 불을 붙일 정도가 되어갔다.날짜가 지날수록 축 늘어지다가 타 죽어가는 꼴이 비참했다.들깨는 어쩌면 내가 고용한 식물이다.고용은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사전에는 고용을 삯을 주고 사람을 부린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나는 들깨를 잘 자라게 하는 편의를 제공해주고 들깨를 통하여 들기름원료를 구하고자 하니 분명 고용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따라서 고용주는 고용체에 대하여 어느 정도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지금 들깨는 고용주인 나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인 것이다.

잡초가 살아가는 모습이 가지가지다.산다기보다 투쟁을 한다.뿌리를 널게 박고 줄기를 뻗어가며 중간 중간 다시 뿌리를 내려 거점을 확보하고 일정지역을 점령하는 전제 군주형인 바랭이가 있다.군주가 되지못한 바랭이는 군주 밑에서 출세 못한 왕족 신세처럼 저 혼자 가냘프게 틈새를 비집고 햇빛 한 점 찾고자 목을 내미는 초췌한 몰골도 있다.돌피,명아주,털 비름 같은 녀석들은 뿌리를 단단히 박고 제 몸을 크게 키우는 장군 형이다.감히 누가 나를 건드리겠느냐고 뽐낸다.

갑절의 힘으로 내려치고 뽑아야 겨우 제거된다.개인주의에 민주 형인 방동사니는 제거하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니다.숫자도 많고 뽑아내도 끝이 없이 초해전술을 편다.쇠비름,비름은 아첨 형이다.제 몸을 이리저리 비굴하게 구부려가며 물이고 양분이고 닥치는 대로 빨아들여 몸을 불리고는 빌붙는 모습이다.골치 아픈 놈은 의탁 형이다.남을 감고 올라가서는 뿌리까지 감춘다.새삼,새콩 같은 녀석들이다.더러는 공수부대원이 적진을 침투하듯 공중으로 씨앗을 날려 침투해서는 거점을 확보하고 세력을 펴가는 미국쑥부쟁이,서양민들레는 기세도 등등하다.게다가 망초,개 망초,큰 망초 같은 망대 형도 있다.온 세상을 모두 점령이나 할 듯 허풍을 떨며 자식들을 멀리멀리 보내고자 하는 도깨비바늘,진득 찰 등,원정파도 있고 보니 인간세상과 흡사한 현상이 연출되고 있었다.생명 있는 것들의 공통점이다.말하자면 살아있다는 증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는 정치도 생물이라고 한다.잡초의 행태를 보니 크고 작고 간에 정치는 틀림없는 생물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그래서 산 것들은 원초적으로 싸워야 하는 것이었다.풀밭의 평화는 밖에서 보는 때만 느끼는 것.생명들이 있는 내부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투쟁의 연속인 것 같다.한 마디로 그 판이 그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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