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베네수엘라 경제학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Jose Antonio Abreu)는 빈민가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면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음악학교 ‘엘 시스테마(El Sistema)’를 설립했다.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가 차고에서 11명의 청소년 단원으로 출발한 엘 시스테마는 지금은 200여 개 센터에 25만여 명이 가입한 조직으로 성장했다.

엘 시스테마는 기본적으로 사회변화를 추구한다.음악을 통해 마약과 폭력,총기사고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베네수엘라 빈민가 아이들에게 나쁜 환경을 딛고 미래에 대한 꿈과 비전,협동과 이해,책임감 등의 가치를 심어주기 때문이다.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음악가로는 LA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과 최연소 버블베이스 연주자로 베를린필하모닉 단원이 된 에릭슨 루이스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음악을 매개로 소외된 농어촌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엘 시스테마와 같은 단체가 있다.농어촌 희망 청소년 오케스트라 ‘KYDO(Korea Young Dream Orchestra)’가 그것이다.2011년 농어촌희망재단이 문화적으로 소외된 농어촌 청소년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오케스트라단인 KYDO는 전국의 농어촌 청소년 1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매년 8월이 되면 정기적인 합동연주회를 갖고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인다.

오는 16일 오후3시 강릉 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동해북부선 연결 강원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KYDO 오케스트라단 55명과 함께 러시아 사할린주와 연해주 청소년 오케스트라 45명 등 모두 100명이 참여해 ‘대륙의 꿈(Continental Dream’을 주제로 합동공연을 펼친다.이날 공연에서는 그리운 금강산과 아리랑 등 우리 귀에 익은 곡과 차이코프스키의 러시아 댄스 등이 연주돼 행사의 의미를 더하게 된다.

끊어진 남북 철도를 이어 시베리아와 유럽 대륙으로 나아가기 위한 대장정의 첫발을 내딛는 자리에서 펼쳐지는 한국의 엘 시스테마 ‘KYDO’와 러시아 청소년들의 합동공연은 평화의 앙상블로 울려퍼진다.머지않아 남북한과 러시아 청소년들이 비행기가 아닌 기차를 타고 만나 공연하는 날이 기대된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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