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가을 여행 곳곳에 휴(休) 천국

▲ 강릉 대관령 단풍.
▲ 강릉 대관령 단풍.
강릉은 산,바다,호수,계곡 등 자연계의 모든 관광자원을 전부 가진 복 받은 도시다.여기에 누천년 역사문화의 향기와 그 속에서 곰삭은 맛깔난 스토리가 더해지니 ‘천년 고도(古都)’가 자연과 어우러져 연출해내는 가을은 평범한 계절이 아니다.지난해 ‘2018년 동계올림픽’을 역대 최고의 흥행 올림픽으로 치러내고 서울∼강릉을 최단 1시간 30분대에 주파하는 강릉선 KTX까지 개통되면서 강릉의 특별한 가을을 편하고 쉽게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지난 여름,언필칭 기상관측 이래 최고,111년 만 이라고 하는 수식어가 따라붙은 기록적인 무더위와 열대야를 이겨내고 가을 마중에 나선 그대를 강릉의 설레는 가을 명소와 즐길거리 현장으로 초대한다.



▲ 해발 1100m국내 최대규모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인 안반데기에 가을이 물들고 있다.
▲ 해발 1100m국내 최대규모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인 안반데기에 가을이 물들고 있다.
# 발길 사로잡는 가을 명소 즐비

강릉의 가을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은 ‘안반데기’이다.왕산면 대기4리,안반데기는 지형이 떡메로 떡을 칠 때 쓰는 넓은 통나무 받침판 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해발 표고가 1100m에 달하는 하늘아래 첫동네,구름도 쉬어가는 곳으로 꼽힌다.

안반데기는 국내 최대규모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로 더욱 유명하다.과거 화전(火田)으로 일궈 낸 경작지 이지만,하늘과 맞닿은 고원의 풍광,그 자체로도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연출해 사진작가들이 손꼽는 출사 명소이기도 하다.드넓은 고원의 배추밭 너머로 쉬어가는 구름바다,운해가 깔리거나 저녁노을이 지는 황홀한 풍경을 만나게되면,도심의 세파에 찌들고 지친 나그네는 시름과 걱정을 모두 구름결,바람결에 실려보내고 넋을 잃을 뿐이다.

강릉시는 안반데기 일원에 ‘강릉 바우길’과 연계해 걷는 길을 조성,운치를 더하고 있다.백두대간 능선의 고루포기산으로 연결되는 이 길은 ‘운유(雲遊)길’로 명명됐다.‘구름도 노닐다 가는 길’이라는 뜻 그대로 하늘과 가장 가까운 도보 탐방로인 운유길은 전체 길이가 20㎞에 달한다.운유길 탐방객들은 멍에전망대와 일출전망대 등의 고원 명소 탐방, 화전(火田)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너와집 숙박, 전통음식 맛보기 등 다채롭고 이색적인 가을 체험이 가능하다.

안반데기 부근 노추산에는 ‘모정탑(母情塔)길’이 여행객을 부른다.남한강 상류 송천의 1㎞ 계곡을 따라 3000개 돌탑이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 이 불가사의한 길은 가족을 사랑한 한 어머니가 26년간 혼자 힘으로 쌓아올린 기적의 산물이기에 더욱 인상적이다.최근에는 소원을 비는 명소로 입소문을 타면서 주말마다 경향 각지에서 방문객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송천 상류 강변 주차장에 빈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장사진이 펼쳐진다.모정탑길은 가을 단풍 관광지로도 손꼽히는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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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고갯길의 대명사로 통하는 대관령 옛길도 가을이 일찍 찾아드는 곳이다.대관령은 400㏊에 달하는 국내 최고 소나무 숲을 가진 ‘소나무 성지’이다.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아름드리 소나무 숲길을 따라 옛 사람들이 고개를 넘어 영동∼서를 오가던 ‘옛길’이 조성돼 있다.솔향 가득한 옛길에서 솔바람을 쐬면서 가을을 마중하는 것은 강릉에서만 맛볼 수 있는 호사다.옛길 정상,더 오를 곳이 없는 고갯마루에는 대관령 국사성황당과 산신각이 신성한 터를 잡고 있다.국사성황당과 산신각은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이면서 유네스코가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해놓고 있는 ‘천년 축제∼강릉 단오제’가 매년 시작되는 곳 이기도 하니 그 존재와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영동∼서를 연결하는 강릉의 또다른 고갯길인 연곡면 진고개 주변에서는 ‘소금강’ 계곡을 만날 수 있다.오대산국립공원 소금강 지구로 통하는 이곳은 강릉이 낳은 대현 율곡 선생이 ‘금강산의 축소판’이라고 극찬한 그대로 20리(7.5㎞) 탐방로를 따라 이어지는 협곡의 장관과 단풍 절경이 압권이다.

‘바다부채길’도 지나쳐서는 안되는 가을 명소다.해돋이 명소인 정동진∼심곡항 사이 해안단구지대(천연기념물 제437호) 2.86㎞ 구간에 개설된 바다부채길은 유료 개장 1년만에 100만명 탐방객이 다녀간 ‘대박’ 관광지다.동해 바닷가 깎아지른 해안단구 비경지대에 깃드는 가을 정취가 선계(仙界)에 드는 짜릿한 즐거움을 선물한다.



▲ 강릉 커피축제.오는 10월 5∼9일 강릉의 가을을 더욱 즐겁게 한다.
▲ 강릉 커피축제.오는 10월 5∼9일 강릉의 가을을 더욱 즐겁게 한다.
# 커피향, 축제 오감만족 강릉의 가을

지난 2월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강릉을 방문한 북한 선수단 관계자들은 “강릉에 커피를 잘 만드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는 요지의 인사를 건네 화제가 됐다.북한 인사들이 찬사를 건넨 그대로 강릉은 이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커피도시’이다.강릉에는 저 유명한 강릉항,‘안목 커피거리’를 비롯 자신만의 노하우로 원두를 볶아내는 커피전문점들이 해안선과 산간,도심 곳곳에 즐비하다.불과 30년 전,작은 주택 몇채가 옹기종기 모여있던 한적한 어촌이었던 강릉항 (안목)일대는 이제 대한민국 커피마니아들이 가장 즐겨찾는 커피 성지가 됐다.

주말·휴일에는 KTX를 타고 강릉 커피여행에 나선 관광객들이 몰려 서울 한복판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커피거리를 따라 이동하는 해안선 주변에서는 관동팔경 제일경으로 꼽히는 경포대,경포호와 오죽헌·선교장,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강릉 오죽한옥마을 등의 고택과 누정을 줄지어 만날 수 있다.경포호와 잇닿아 있는 ‘경포 가시연 습지’는 지난 1960년대 경포호 주변 습지가 농경지로 개간되면서 가시연(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 자취를 감췄으나 2009년 시작된 습지 복원사업을 통해 땅속에 휴면상태로 묻혀있던 가시연 매토종자가 반세기만에 되살아나 꽃을 피운 생태 기적의 현장이기에 더욱 경이롭다.

강릉의 가을은 또한 축제의 계절이다.오는 14∼15일에는 ‘강릉문화재 야행(夜行)’ 행사가 대도호부관아 일원에서 열려 역사문화도시 강릉의 참 멋을 선물한다.야행 기간 중 강릉서부시장은 수제맥주거리로 변신할 예정이어서 더욱 설렌다.또 우리나라 농악이 총출동하는 ‘대한민국 농악축제’가 오는 15일∼17일까지 강릉농악전수관에서 신명을 돋우고,바통을 이어받아 강원연희페스티벌이 18일∼22일까지 강릉단오제 전수교육관에서 흥을 더한다.또 오는 10월 5일∼9일까지는 ‘커피도시’의 아우라를 확인하고 즐길 수 있는 커피축제가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 e-zen을 중심으로 강릉항,안목 커피거리와 시내 커피전문점 일원에서 펼쳐져 커피마니아들의 강릉행(行)을 이끈다. 최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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