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고갯길 따라 단풍 내려오고, 경포호반·바다에서 파도 밀려오는 강릉
내일부터 이틀간 문화재 야행 필두로 내달 커피축제까지 가을맞이 행사 풍성

강릉 가을여행

세상에서 가장 설레는 가을을 만나보신 적이 있는가.한반도 등줄기,백두대간 마루금에서부터 시작된 가을이 붉디붉은 단풍 물,추색(秋色)을 뚝뚝 떨구면서 동해바다를 향해 거대한 행진을 하는 장엄하고도 벅찬 가을을 직접 목도한 적이 있는가.대한민국 동쪽 바닷가,강릉의 가을 풍경화가 꼭 그러하다.발길 내딛고,눈 돌리는 곳이 모두 힐링 명소요,휴(休)의 천국인 곳에 가을 황홀경이 더해지니 여행자에게는 강릉만한 선물이 따로 없다.



▲ 소금강 구룡폭포
▲ 소금강 구룡폭포
지난 여름,온나라를 펄펄 끓게했던 무더위가 무척이나 혹독했기에 강릉의 가을 속으로 빠져드는 설렘이 올해는 더욱 각별하다.강릉의 가을은 명주실로 한땀한땀 곱게 짜낸 전통천에 꽃물·풀물로 천연 염색을 하듯,한편의 시(詩)를 낭송하듯,화려하면서도 그윽하게 찾아든다.대관령 고갯마루에서부터 소금강 계곡을 넘어 경포호반과 동해바다에 이는 파도 물보라에 이르기까지 강릉의 가을은 요란하되 멋과 여유를 잃지 않는다.

20180910010126.jpg
▲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해발 1100m, 불을 놓아 숲을 태우고 농사를 짓던 화전(火田)의 애환이 서려있는 구름위의 땅,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에 가을이 찾아드는 모습은 그대로가 자연 다큐의 전형을 보여주고,3000개 돌탑으로 유명한 왕산면 모정탑(母情塔) 길에서는 단풍 보다 진한 어머니 가없는 사랑이Ⅱ가슴을 울린다.율곡 선생이 금강산과 흡사하다고 극찬한 연곡면 소금강(小金剛) 계곡의 가을은 별유천지 (別有天地)에 다름없고,관동팔경 제일경 경포호반의 가을 저녁은 오죽헌,선교장,경포대 등의 천년 고택·누정과 어우러져 해가 서산 너머로 모습을 감출 때 까지 한참동안이나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 강릉 커피축제
▲ 강릉 커피축제
그곳 천년고도(古都) 강릉에서 역사문화의 향기와 함께 전해진 스토리는 또한 어떠한가.구절양장,대관령 고갯길에는 신사임당이 어머니가 계신 북촌(北村)을 굽어보면서 읊은 사친시(思親詩)를 비롯 백성들을 위해 사재(私財)를 들여 고갯길을 넓혔다가 뒷날 오랑캐의 침입로가 됐다는 이유로 홍역을 치른 관찰사 고형산 이야기,험산준령에서 호랑이 등 맹수의 공격을 받아 호환(虎患)을 당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자 주막을 짓고 나그네들에게 침식을 제공한 기관(記官) 이병화 이야기 등이 마치 손때묻은 책갈피를 넘기듯 호기심을 더한다.조선의 대표적 화원인 단원 김홍도가 대관령을 만난 것도 가을이었다.단원은 1788년,관동팔경을 거쳐 금강산으로 여행하던 중 대관령을 만나자 화폭을 펼치고,취한 듯 대관령을 그려냈다.

▲ 강릉 문화재 야행
▲ 강릉 문화재 야행
강릉의 가을을 더욱 매혹적으로 만드는 것은 축제와 커피향이다.당장 14∼15일에는 ‘강릉 문화재 야행(夜行)’이 도심의 밤거리를 밝히고,‘대한민국 농악축제(15∼17일)’와 ‘강원연희페스티벌(18∼22일)이 줄지어 예정돼 있다.10월에는 강릉의 창조적 브랜드로 유명세를 더하고 있는 ‘커피축제(10월 5∼9일)’가 기다리고 있으니 무더위에 지친 그대,세상에서 가장 설레는 강릉의 벅찬 가을을 만끽하시라. 최동열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