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나 지금이나 이 노래는 슬프다.시대의 아픔과 민족의 한이 겹쳐 더욱 애잔하다.일제 강점하인 1928년 왕평이 노랫 말을 짓고 전수린이 곡을 붙인 ‘황성 옛터’ 얘기다.조선의 세레나데로 불린 이 노래는 ‘황성 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폐허에 서린 회포를 말하여 주노나/아 가엾다 이 내 몸은 그 무엇 찾으려고/끝없는 꿈의 거리를 헤매어 있노라/성은 허물어져 빈터인데 방초만 푸르러/세상이 허무한 것을 말하여 주노라∼’로 이어진다.‘폐허’,‘빈터’,‘허무’ 등의 단어가 인상적.

이 ‘황성 옛터’가 400여 년간 고려 황제들이 정무를 펼치던 ‘만월대’다.고려 태조가 919년 정월에 도읍을 정하고 궁궐을 창건한 이래 1361년(공민왕 10) 홍건적의 침입으로 소실될 때까지 명맥을 유지했다.동서 445m,남북 150m에 걸쳐 건축된 왕궁은 “청룡과 백호가 좌우를 겹겹이 감싸고,앞산이 중첩되게 명당을 호위하며,사방 산신이 혈을 철저히 옹위하는 산속에 우묵하게 숨겨진 좋은 고을 터”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결국 ‘빈터’가 됐다.

수백 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만월대가 다시 꿈틀댄다.남북 해빙분위기와 맞물리며 남북 8차 공동 발굴이 재개된 것.문화재청은 엊그제 2015년 중단된 만월대 공동발굴을 올해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7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발굴에서는 40여동의 건물터와 축대 2곳,대형 계단 2곳,유물 1만6500여 점이 빛을 봤다.북한은 특히 지난 6월28일 노동신문을 통해 “우리나라가 명실공히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발명국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물적 자료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공동 발굴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

만월대 발굴 못지않게 강원도민들이 염원하는 건 DMZ 내에 있는 후고구려시대 태봉국 철원성 터 공동 복원이다.문화재청은 “남북교류에 문화재가 가장 뜨겁게 나갈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북측에 ‘태봉국 철원성’ 공동발굴을 제안했다고 밝혔다.궁예도성으로 불리는 철원성은 외성 12.5km,내성 7.7km,궁성 1.8km 규모로 추정되며 흙과 돌을 혼합해 쌓은 토성.남북이 DMZ 내 철원군 홍원리 철원성을 복원하는데 성공한다면?세계는 이 성의 이름을 ‘평화의 성’으로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황성 옛터의 구슬픈 노래가 아닌 평화의 찬가가 울려 퍼질 테고.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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