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교신 춘천여성민우회 활동가
▲ 김교신 춘천여성민우회 활동가
얼마 전 한 워크샵에 다녀왔다.여성재단에서 주최한 ‘2018 여성회의 : 페미니즘 함께 달리기’였다. 80년대에 활동한 1세대 페미니스트부터 90년대에 등장한 ‘영페미’, 그리고 ‘메갈 세대’로 호명되는 20대까지 세대별 페미니스트들이 한데 모여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다양한 영역에서 끼어들기에 성공한 여성들이 기존 제도나 기득권에 포섭되지 않고 남성중심적 구조를 깨고 새판을 짜려면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말고 깨어있어야 한다는 1세대 페미니스트의 발언도 울림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인상적인 것은 아무래도 경험적이고 직관적인 언어로 대중적이고 전투적인 저항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는 sns 세대 페미니스트들에 관한 것이었다.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즘에 눈 뜬 메갈 세대 불꽃페미액션의 아가현 활동가는 메갈 세대 안에서의 양분화 현상에 따른 고민이 컸다.

그는 “남성들의 악플은 넘어갈 수 있지만 같은 페미니즘 운동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낙인찍히고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그것은 절망감과 의욕상실로 다가왔다”고 토로했다. 또한 그는 비혼 비연애 비출산 비섹스를 일컫는 이른바 4B를 실천하고 남성을 배제해야 진정한 페미니스트라고 추앙받는 래디컬 페미니즘의 흐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언젠가부터 페미니스트가 공공의 적이 되고 페미니스트라는 말이 상종 못할 메갈, 꼴페미의 동의어가 된 것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모든 이념에 양극단이 있듯이 래디컬 페미니즘도 넓은 페미니즘 스펙트럼의 일부를 차지할 뿐이다. 그리고 래디컬 페미니스트들 덕에 역사적 진보가 이루어진 것도 사실이다. 영화 ‘써프라제트’에서 보았듯 돌을 던지고 스스로 경주마의 말발굽 아래 뛰어드는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없었다면 여성은 아직도 투표를 못했을지 모른다. 그들이 그렇게 과격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 방법 아니면 남성들이 들은 체를 안 해서였다. 지금 한국에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등장한 것도 그만큼 변화가 절박하기 때문이다. 데이트폭력이나 여성살해, 몰카, 낙태죄가 기성세대에겐 내 일이 아닌 반면 10, 20 젊은 세대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다. 춘천에서도 많은 여고생들이 혜화역 시위에 달려갔다고 들었다. 사회가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고 성적 대상으로서만 소비하는 풍조를 멈추지 않을 때 당연히 여성들은 지속적으로 모이고 분노할 것이다.

온건과 과격을 떠나 모든 페미니스트들이 최종적으로 바라는 것은 가부장제의 폐해에서 벗어나 양성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로서의 성소수자들이 다 같이 잘 사는 것이다. 남성 여성 소수자성 모두 타고난 대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중받는 것이다.왜냐하면 세상 어디에도 100퍼센트 순수한 남성, 여성은 없기에… “페미니즘은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기 위해 비폭력 소통과 대화를 지향하고 그것이 먹히지 않을 때는 다양한 방식의 여성운동과 전략,다른 길을 차용하지만 페미니스트가 지향하는 가치체계는 같다.”(장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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