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혁명 당시 작가 올랭프 드 구주는 “여성은 태어나면서 자유롭게 남성과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며 세계 최초로 ‘여성인권 선언문’을 발표했다.비록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1793년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그녀의 외침은 여성인권운동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이때부터 여성 참정권운동이 본격화 됐으며 이를 토대로 1893년 뉴질랜드가 사상 최초로 여성 참정권을 허용했다.미국(1920년),영국(1928년)이 뒤를 이었고 올랭프 드 구주의 모국인 프랑스는 가장 늦은 1946년에서야 여성의 권리를 인정.

우리나라 여성들의 ‘권리 찾기’는 120년 전인 1898년 9월로 거슬러 올러간다.당시 서울 북촌 양반가 여성 300여 명은 ‘여권통문(女權通文)’을 통해 정치 참여권(참정권,정치권)과 노동권(경제활동 참여권,직업권),교육권을 주장했다.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권리 선언으로 근대적 여권운동의 효시로 불린다.통문을 통해 당시 여성들은 여성에 대한 억압과 성 역할 문제를 제기한 뒤 여성교육을 통해 남성과 동등하게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그 결과 1899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사립학교인 ‘순성여학교’가 설립되기도.

최근 유엔개발계획이 발표한 ‘2018년 성불평등지수(GII)’에서 한국이 10위를 기록했다.이번 발표에서 한국의 GII는 0.063점으로 세계 189개국 가운데 10번째로 성 평등한 국가로 인정된 것.순위는 지난해와 변동이 없으나 아시아에서는 가장 높다.GII는 각국의 성불평등 정도를 측정하는 지수로 생식 건강과 여성 권한,노동참여 영역이 주요 대상.이번 조사에서 스위스가 0.039점으로 1위에 올랐으며 덴마크(0.040점),네덜란드·스웨덴(0.044점)이 뒤를 이었다.

한국이 성 평등한 국가 10위에 올랐으나 여성들의 만족도(?)는 높지 않은 것 같다.중등 교육을 받은 여성이 89.8%,경제활동 참가율이 52.2%에 이르지만 남성들과의 격차가 여전하다는 게 여성계의 시각.실제로 가사부담과 육아,직장에서의 남녀 불평등 구조는 심각하다.일·가정 양립과 가사노동 양성 균등분담 문화는 아직 초기 단계.미투 운동과 홍대 누드모델 몰카 범죄에서 드러났듯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 중심의 한국사회를 불신한다.합계출산율이 1 이하로 떨어진 나라가 ‘성평등 국가 10위’라는 것도 아이러니.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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