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얼룩진 원산, 그곳은 내 가족사의 유토피아
동해북부선 연결기원 ‘원산행 기차표를 다오’ 참여
고성 DMZ 박물관까지 4㎞ 걸으며 마음속 염원
동해북부선에 올라 유럽에 도착할 날 반드시 올것

▲ 남숙희 시인
▲ 남숙희 시인
내가 조금 철이 들었을 때 어머니는 6·25 한국전쟁이 나기 전 잠시 원산에 사셨다.아버지는 원산 우체국에 근무하시고 어머니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솜틀 공장에서 일하셨단다.

그리움 얼룩진 옛 이야기를 하실 때면 눈가에 눈물이 어리셨다.원산,그래서 그곳은 또 다른 내 가족사의 유토피아이며,언젠가는 꼭 가고 싶은 곳이었다.마침 강원도민일보에서 지난 16일 개최한 ‘원산행 기차표를 다오’라는 주제로 동해북부선 연결 기원 2018 고성DMZ 한마당 행사가 있어서 직접 참여했다.참가규모는 약 250명이었는데,우리는 출입국관리소에서부터 DMZ박물관까지 4㎞ 도보로 행진했다.DMZ박물관 광장에서는 다양한 공연도 열려 볼거리도 푸짐했다.

이번 행사의 목적은 북방 경제시대 유라시아 횡단열차와 연결되는 동해북부선의 조기연결을 기원하고,남북관계 발전에 따른 강원도의 평화 이니셔티브를 확보하는 데 있었다.나는 4㎞를 걸으며 이런 일들이 어서 현실로 다가오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했다.

70년의 침묵을 깬 침목(枕木)!‘동해북부선을 이으면 세계로 갈 수 있습니다’라는 구호가 가을 하늘 속으로 울려 퍼졌다.더군다나 내겐 없었던 목걸이를 춘천의 ‘문화인력양성소 협동조합 판’에 근무하는 이단비 직원이 선물로 주었는데,승차권 메달이었다.강릉에서 원산을 거쳐 베를린까지 요금은 61만5000원이라는 글이 쓰여 있었는데,그 글을 보면서 심장이 멎는 기쁨을 느꼈다.

그렇다.이제 우리들의 유라시아 횡단열차 여행은 결코 허구가 아니다.남북교류가 보다 실직절인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침착하게,차분하게 준비하면서 기다리자.

나는 일년에 최소 네 번은 해외여행을 다녀온다.며칠 전에는 동생과 함께 북유럽을 다녀왔다.외국 여행을 할 때마다 한국의 여행 인프라가 확충되어 ‘세계 속의 한국’,‘한국에서 세계로’라는 구호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을 느끼곤 한다.

지금은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지만 언젠가는 동해북부선에 올라 유라시아 횡단열차를 거쳐 유럽에 도착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인생 만년에 그 기차여행을 기다리며 설레어 잠이 오지 않을 정도다.이번 행사를 마련해 준 강원도민일보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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