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동 강원대 교수
▲ 김원동 강원대 교수
서울발(發) 아파트 가격 급등 소식과 정부의 부산한 움직임.포털 사이트와 신문,방송에서 요즘 수시로 등장하는 ‘핫뉴스’다.매매가 상위 20위 아파트 중 19곳이 서울에 위치해 있고 그 가운데 16곳이 이른바 강남3구 소재의 아파트라는 소식도 있고(머니투데이),입지 조건이 뛰어난 서울 모아파트 단지의 실거래가가 평당 1억원을 돌파했다는 황당한 얘기(한국경제)도 들린다.정부가 1여 년 전 ‘8·2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지만 서울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는 심화되었다.지방의 자산가들도 속속 구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전언(경향신문)은 이제 서울 아파트 가격이 거의 통째로 미래의 보증수표로 인식되고 있음을 웅변해 준다.

이쯤 되면 부동산 거래의 과열로 정부 규제를 받는 조정대상지역에 서울의 25개구가 모두 포함된 것도 그렇게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비판이 들끓자 정부는 며칠 전 ‘9·13 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했다.보유세 인상으로 고가 주택과 다주택 소유의 유인을 줄이고 주택담보대출 규제강화로 주택 투기심리를 억제해 보겠다는 것이다.얼마나 효력을 발휘할 지 지켜봐야겠지만 자연스레 되묻게 되는 물음이 있다.서울 사람이든 지방 사람이든 가릴 것 없이 빚을 내서라도 서울에 ‘똘똘한 한 채’구하겠다고 줄을 서는 대한민국의 기가 막힌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물론 서울의 부동산 광풍은 ‘어쩌다’서울에 살다 한 채든 여러 채든 집을 갖게 된 사람들이나 거주지역과 무관하게 재산 꽤나 있는 특정한 범주의 사람들에 국한된 일로 비칠 수도 있다.나는 지방에 내 일자리가 있고 집도 있으니 그건 그 사람들만의 얘기라고 무시하고 넘어가는 게 속 편하게 사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방에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해 서울과 그 인근으로 몰려갈 수밖에 없는 우리의 청년들은 어떻게 해야 발 뻗고 쉴 집을 구할 수 있을까?극심한 취업난을 뚫고 간신히 취직을 한다한들 그 수입이 얼마나 되겠는가.박봉을 아끼고 아껴 저축해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집값과의 거리는 속절없이 벌어진지 오래다.

평범한 가정의 대다수 청년들은 평생을 집 장만의 압박감에 시달리며 살아가야 할 처지가 됐다.힘겹게 가계를 꾸려오다 생활 전선에서 물러났거나 곧 물러날 초로의 부모들로서는 마땅히 도울 길도 없다.

분노와 저항의 잠재 집단에 부모 세대까지 합세해 세대 간 연대가 형성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성실하게 땀 흘려 번 소중한 노동의 대가로 집이라는 생필품마저 구입할 수 없는 사회에서 건전한 노동윤리와 부에 대한 존중감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테두리가 자본주의 체제이지만 그래도 집만큼은 투자나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될 이유도 여기에 있다.정당하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넘지 말아야 할 최소한의 선은 있다는 것이다.

한쪽에선 서울발 투기 심리의 확산과 졸부의 양산 행진이 이어지고 다른 한쪽에선 노동의욕 상실과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서민과 청년들의 분노에 찬 행진이 계속된다면,우리사회는 공존이 아닌 균열과 갈등,대립의 시대를 맞을 수밖에 없다.

서울 아파트 문제는 부동산 정책에 한정된 문제가 아닌 것이다.심각한 수위의 투기 수요도 따지고 보면 서울과 인근지역으로의 인구 집중을 유발하는 강력한 구조적 요인들에 기인한 것이다.기업,문화예술,교육,교통 같은 삶의 제반 여건에서 서울과 지방 사이에 가로놓인 현격한 발전 격차와 심화일로의 양극화가 그것이다.서울에 있는 ‘똘똘한 한 채’ 구하기의 광풍과 유혹은 이러한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대변해 준다.

정부는 단편적인 부동산정책이 아니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관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비(非)서울발 민심이반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이 문제의 해결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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