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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에 전하는 119식 사랑법

이수남 2018년 09월 20일 목요일
▲ 이수남 동해소방서장
▲ 이수남 동해소방서장
추석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언제나처럼 추석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은 오랜만에 만날 가족들과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눌 생각에,혹은 어떤 선물을 가져갈까 설레면서 반가움으로 함께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예전 같지는 않아도 여전히 명절이라면 가족을 먼저 떠올리는 게 보통사람들의 마음이다.

동해소방서에서는 지난 주에 추석을 앞두고 국가유공자들 댁을 찾아갔다.대부분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의 3~4층이거나 골목길 안쪽이나 언덕 위쪽에 살고 계셨기에 집을 찾는 게 힘들었지만 얼굴을 대하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감지기를 직접 달아드리면 무척 고마워하셨다.

그런데,그 중 혼자 집을 지키고 계시던 할머니 한 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감지기를 달아드리려고 했더니 꼭 달아야 하는 거냐며 미심쩍은 눈빛을 거두지 못하셨고 소화기는 불이 나면 바로 사용해야 하니 눈에 띄는 곳에 놓아두자고 말씀드리니 위험한 것 아니냐고 계속 걱정하시고 사용법을 알려드리니 “늙어서 금방 잊어버린다”며 이웃들에게 알려주라고 해 결국 아랫집 윗집 옆집 사는 분들을 찾아 일일이 한 분씩 붙잡고 이 집에 소화기와 감지기를 설치했으니 알고계시라고 설명해드려야 했다.또 그 분 아들과 통화해 가까운 시일 안에 어머님께 소화기 사용법을 직접 알려드리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그제서야 얼굴 가득 안심하는 표정이 번졌다.어쩌면 소방관의 이러저런 말보다 더 그 분을 안심시키는 것은 아들이 곧 집에 와서 집을 둘러볼 것이라는 기대가 아닐까 생각했다.

작년 2월부터 개정된 법에 따라 모든 주택에는 소화기를,그리고 방마다 화재감지기를 설치해야 한다.주택에는 아파트와 달리 시스템과 연동된 감지기 대신 스스로 화재를 알아채 경보음을 울리는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한다.유공자나 기초생활수급자 혹은 지방자치단체 지원대상이 아니면 자기 집 안전을 위해 자기 돈을 들여 소화기와 감지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노인세대에게는 3만원 안팎의 이 돈도 적잖은 부담이 된다.인터넷을 통해 사면 더 싸다고 알려드리지만 아직도 인터넷 구매가 힘든 어르신들이 많다. 동해시만 살펴봐도 최근 3년 동안의 화재 중 27%가 주택에서 발생했는데 주택화재로 인한 사상자는 전체의 57%를 차지한다.다른 유형의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화재보다 인명피해가 유독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일반주택에 꼭 소방시설을 설치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며칠 앞으로 성큼 다가온 추석에는 고향집에 소화기와 화재감지기를 선물해보자.차근차근 소화기 사용법도 알려드리면 정도 쌓이고 부모님 안전을 걱정하는 마음에 고마워하실 것이다.나사못 두 개만 박으면 천장에 감지기를 달 수 있지만 그 모습도 뒤에서 대견하고 뿌듯하게 바라보실 것이다.그리고 메모지에 ‘119’ 라고 크게 적어서 붙여놓고 어디 아프거나 불 나면 이 번호로 전화하시라고 알려드리자.어떤 선물보다 큰 기쁨을 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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