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보면 가끔씩 내 마음을 우울하게 하는 슬픈 소리가 들린다.가슴이나 허리가 잘린 채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가로수의 비명소리다.해마다 이른 봄이면 한전에서는 많은 비용을 들여 도로관리청의 허가를 받아 수목 가지치기를 해오고 있다.그러지 않으면 여름 내 수목이 자라 고압선에 닿게 되어 대규모 정전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선을 땅에 묻으면 그런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하지만 전선을 지하에 묻는 비용은 지상에 설치하는 비용보다 열배 이상 소요되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전기요금에 반영되어질 수 밖에 없다.

전기는 공기만큼이나 실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공공재이기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비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그래야 한여름 폭염이나 한겨울 맹추위에 요금폭탄도 피하고 국가 산업이 발전가도를 달릴 수 있으며 결국 청년실업이나 불황을 해결하는 마중물로 이어질 것이다.

문제는 도심 전선 아래 8m 이상 자라는 은행나무,플라타너스 심지어는 메타세쿼이아 같은 수종의 가로수다.이렇게 큰 나무 대신 배롱나무처럼 8m 이내로 자라는 수종을 심는다면 도시도 아름답게 하면서 나무는 나무대로 도시는 도시대로 행복할 수 있다.우리나라의 임야율은 63%이고 특히 강원도는 82%로 가장 높다.도시를 떠나면 이들 임야 사이로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가 펼쳐지고 도로가엔 혈관처럼 어디나 전선이 따라간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전력을 공급해야하기 때문이다.그런데 산으로 이어지는 도로에는 사실 가로수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산 그 자체의 아름다움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몸통이 잘려나간 채 한적한 산길에서 비명을 지르는 가로수들이 여행객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적자에 허덕이면서도 폭염으로 사용한 에어컨 전기요금을 깎아 주기 위해 노력을 다하는 한전에 이런 비용이라도 줄여준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나무에게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나무도 사람도 모두가 행복한 아름다운 도시에서 함께 살고 싶다. 박순천· 한국전력 원주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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