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백조 국립기상과학원 재해기상연구센터장
▲ 김백조 국립기상과학원 재해기상연구센터장
새로운 기록은 늘 설렌다.올림픽 등 국제스포츠대회에서의 신기록이라면 그 설렘이 더욱 그렇다.하지만 폭염,태풍,집중호우와 같은 재해기상이라면 느낌이 다르다.극단적인 재해기상의 발생은 우리의 안전과 행복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그래서 재해기상의 새로운 기록은 마냥 반갑지 않다.재해기상의 신기록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지난 몇 달 동안 재해기상은 신기록의 연속이었다.폭염은 1994년도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올해 전국 평균 폭염일수(31.5일)와 열대야일수(17.7일),낮 최고기온(홍천 41.0도) 그리고 연속 최장 폭염일수(충남 금산 37일) 모두 신기록을 세웠다.태풍 ‘솔릭’은 이동속도에서 종전의 태풍과 달랐다.태풍이 8월 23일 우리나라의 남서해안에 머물면서 사람이 걷는 수준인 시속 4㎞ 이동했다.예전에 보기 힘든 속도라 모두의 마음을 초조하게 했다.이 같은 신기록은 집중호우가 이어 받았다.9월 1일에 제주 서귀포에서 시간당 강수량이 120.7㎜ 기록했다.이것도 제주 기상관측 사상 최고의 강수량이다.

재해기상의 신기록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지구온난화 때문이다.지구의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대기 중의 수증기량이 증가하고,그 결과 전 지구적인 물 순환이 강화된다.강수패턴의 변화로 지역에 따라 더욱 심한 홍수와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또한 2017년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기후변화는 극한기상,특히 폭염의 발생 가능성과 강도를 증가시키며 이는 가뭄발생의 원인이 된다’고 보고됐다.

우리는 이제 매년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재해기상에 대비해야 한다.대비를 철저히 하면,위기는 오지 않는다.재해기상에 대해 현재의 위험뿐만 아니라 미래의 위험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강조하지 않으면 이 또한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재해기상에 대비할 때 우리의 막대한 손실을 막을 수 있음은 명확하다.국립기상과학원(책임운영기관) 재해기상연구센터도 바깥에서 몰려오는 재해기상의 먹구름에 대해 체계적·과학적으로 감시·관측·예측하면서 그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실제적인 예로,지난 8월 6일의 강릉에 집중호우가 내릴 때 재해기상연구센터는 특별관측을 진행했으며,8월 23~24일 태풍 ‘솔릭’이 한반도에 접근할 때 강원 원주와 전북 군산에서 3시간 간격으로 대기 중에 풍선을 띠워 고층기상관측을 추진해 기상을 감시하고 예보지원을 진행했다.

기후변화에서 비롯되는 재해기상에 대한 위험은 ‘회색 코뿔소(Gray Rhino)’에 비유될 수 있다.‘회색 코뿔소’는 세계정책연구소 소장인 미셀 부커(Michele Wucker)가 다보스 연례회의에서 제안한 내용인데,이 의미는 다음과 같다.거대한 코뿔소가 멀리서 빠르게 다가오면 그 위험을 쉽게 인지할 수 있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 같은 사전 징후와 경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거나 간과하는 것은 큰 위협 요인이 된다.심상찮은 재해기상의 신기록에 대해 철저한 위기관리와 사전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