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면 눈이 먼다’.이 말,사실일까?맞다.과학적으로 입증됐다.영국 런던대학의 뇌 과학자 세미르 제키박사는 지난 2012년 “사랑에 빠진 청춘남녀들의 뇌는 비판적 기능을 상실한다”고 확언했다.또 상대방의 결함이 보이지 않으며 부정적인 감정도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반면 긍정적인 관계유지를 돕는 뇌하수체호르몬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에 직접 반응하는 뇌기능은 활성화 된다고.이른바 제키박사의 ‘사랑병 학설’이다.

이 학설은 ‘콩깍지가 씌었다’는 속담과 일맥상통한다.‘사랑병’에 걸리면 상대 이외에는 누구에게도 마음이 끌리지 않으며 상대의 결점마저도 인지하지 못한다.미래보다는 현재에 몰두하게 되고,예측능력이 감소될 뿐만 아니라 남들 눈에 유치해 보이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고.사랑 때문에 철부지가 되고,한치 앞도 분간하지 못하며 매일매일 가슴이 벅차오르는 삶.오직 상대와 나만의 세상!이런 사랑,우리 젊은이들은 얼마나 하고 있을까.온갖 걱정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벌벌 떨고 있지는 않은지….

연애와 결혼,출산,내 집 마련,인간관계,꿈,희망을 포기한 2030 세대가 넘쳐난다.이들은 자신을 ‘7포 세대’라고 자조하며 헬 조선에서의 삶을 비관한다.꿈과 희망마저 포기했으니 그 삶이 오죽할까.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적지 않은 2030세대들이 은둔형 외톨이로 하루하루를 버틴다.이들에게 가족과 친인척은 큰 의미가 없다.오히려 부담.한가위연휴를 앞두고 진행된 한 여론조사에서 이들은 가족과의 만남을 극도로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들은 자신만의 ‘대피소’를 만들고,그 곳에서 명절을 보내겠단다.

명절대피소가 ‘명절에 고향에 가지 않고 대피해 있을 수 있는 공간’이라면 ‘잔소리 메뉴판’은 대화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다.취업과 결혼,출산,집 마련에 대한 질문을 하려거든 메뉴판에 명시된 금액을 지불하라는 요구로 ‘직장 언제 구하니’,‘결혼해야지’ 같은 말을 하지 말아달라는 간청(?)으로 이해된다.이런 2030세대에게 제키박사의 ‘사랑병 학설’은 꿈같은 얘기로 들릴 수밖에.정부가 오는 21일 전국의 만 0~5세 아동 192만 3322명에게 매월 10만원 씩 아동수당을 지급한다.저출산을 극복하고 ‘아이낳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포석.과연 뜻대로 될까.연애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먼저일 듯한데….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