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매거진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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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는 2년,길게는 5년.고향을 떠나 북태평양 먼 나라로 나간 연어는

그 찬 바다에서 훌쩍 어른이 된다.

2만㎞.어릴때 맡았던 물 냄새를 기억하며 돌아오는 그 기나긴 여정.

그들을 회귀하게 만드는 건 그리움이 아닐까.

어쩌면 고향은 팽팽하게 당겼던 마음의 활줄을 풀어놓는

이완의 공간이 아닐까싶다.저마다 다른 곳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며

각자의 시간을 사는 보통의 우리.

명절이 특별한 이유는 ‘고향’이라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등고선을 따라

하나 둘 모여드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각인된 기억을 따라 먼 길 떠나는 연어의 행렬처럼,

올 추석도 많은 이들이 잊고 지내던 향기를 그리며 그곳으로 향하리라.

당신의 귀환을 기다리기라도 하듯 이미 고향은 채비를 마쳤다.

봄의 물기와 여름의 습기로부터 오롯이 자신을 지켜낸 들녘은

이제 가을을 맞아 물을 비워내고 속을 채우고 있다.

물기를 버리는건 ‘잃는 것’이 아니라 ‘익는 것’이라는 어떤 시인의 말처럼

가을의 고향은 지금 익어가며 본색을 드러내는 중이다.

꽉 찬 벼가 머리를 떨군 들판이 보이고

바람결에 달큰한 열매향이 실렸다면 어느새 고향에 다다른 것이다.

이제 고향가는 기차는 쉴 새가 없다.

노오란 대지의 리듬에 맞춰 달리고 또 달린다.

고향은 그렇게 당신을 태운 기차를 기다린다. 글· 사진/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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