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산문집 ‘강릉바다’ 출간
강원산 곰취 같은 청정 에세이
1∼3부 구성 농익은 글맛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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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정동 심곡 바다부채길.
“강릉 바다는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본 바다다.

강릉 바다는 그동안 가장 많이 기웃거린 바다이기도 하다.

한동안 ‘저 배는 달 맞으러 강릉 가는 배’란 노래 가사를 입에 달고 산 적도 있다.

그 바다 근처를 서성거렸던 이야기를 담았다.

하늘에서 고등어 꽁치 명태 오징어가 뚝뚝 떨어지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강릉바다 ‘뒷표지’에서)



강원도 대표 문인중에 한명인 김도연(평창출신·사진) 작가가 ‘강원도산 곰취 같은 청정 에세이’를 펴냈다.

김도연 작가의 세번째 산문집인 ‘강릉바다’는 1부 세월은 약이 아니다,2부 우리 모두 따사로이 가난했던 시절,3부 성화대의 불은 꺼지고로 나눠 강원도의 이야기를 ‘강원도스럽게’ 담아냈다.

이 책에는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작가만이 쓸 수 있는 글들이 실려있다.그중에서도 깊은 밤에 마시는 소주 안주로,달걀을 노른자에 분이 날 때까지 삶아 칼로 반 토막을 낸 뒤 고추장을 찍어 곰취에 싸먹는 것을 최고로 치는 소설가만이 쓸 수 있는 산문이다.

특히 마지막 3부에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제안으로 연재한 평창 동계올림픽 관전평을 실었다.경기장을 품고 있는 장소가 자아내는 기억들,경기 현장의 열기와 선수들의 땀에 대한 묘사 등 인상적인 읽을거리가 가득하다.

작가의 어린 시절만 해도 일제강점기에 개통한 신작로가 그 고장의 유일한 길이었는데 1970년대 들어 길이 포장되고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 오늘에 이르렀다.그러다보니 달라진 고향 사람들의 삶,그리고 자연과 사람 사이의 정,개발에 따른 급격한 변화에 대한 작가의 상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작가의 고향 진부령에서 자라는 돌배나무의 돌배는 아무리 잘 익은 것이라도 한입 깨물면 특유의 신맛에 몸서리를 칠 정도여서 다른 열매에 비해 인기가 없다.하지만 술로 담그면 세상의 어떤 술보다도 맛이 깊고 그윽해 인기가 높다.

이 책에 실린 글들에는 잘 담근 돌배 술같은 18년 차 작가의 농익은 글맛이 잘 배어 있다.그런 만큼 오래전 누이들에게 자기 방을 빼앗긴 한 산골 소년을 만날 수 있고 강원도에서도 봄이 일찍 찾아오는 원주의 소쩍새 울음소리에 공감하는 한 남자를 만날 수도 있다.

한편 김 작가는 평창에서 태어나 강원대 불문과를 졸업했다.1991년 등단해 소설집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콩 이야기’,장편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마지막 정육점’ 등을 펴냈다.중앙신인문학상,허균문학작가상,무영문학상,강원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교유서가 320쪽 1만3800원.

김호석 kimhs86@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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