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맞아 조상에게 제사 지낼 때는 평소와 다른 몸과 마음을 갖게 된다.심신을 정갈히 하고 행동을 삼가는 것이다.인(仁)과 예(禮)의 사표라 할 공자(孔子)는 삶 자체가 그렇지만 입는 것과 먹는 것,머무는 것을 이전과 달리 했다는 얘기가 논어 ‘향당(鄕黨)’ 편에 전한다.밝고 깨끗한 옷을 입고 자리가 바르지 않으면 앉지 않았다.음식 또한 먹지 않는 여덟 가지(八不食)가 있었는데 그 행간에 음미할 맛이 우러난다.

8가지는 다음과 같다.밥이 쉬어 맛이 변한 것·생선이나 고기가 상한 것은 먹지 않았다.빛깔과 냄새가 나쁜 것도 멀리 했다고 한다.대단한 철학이 있는 것 같지만 손 가는대로 먹을 것을 집어 드는 아이의 선택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다음은 제대로 익히지 않는 것,제철이 아닌 것도 들지 않았다고 한다.조리가 제대로 안되거나 충분히 익거나 숙성되지 않는 재료로 만든 음식이 몸에 맞을 리가 없겠다.

썬 것이 반듯하지 않는 것도 들지 않았고,간이 적절히 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로 피했다고 한다.먼저 것은 그 재료를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아 알 수 있는 것이라면 뒤의 것은 요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에 해당한다.전자가 재료의 신선도를 중시한 것이라면 후자는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을 대하는 자의 마음가짐이 가늠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공자의 이런 식습관 속에 건강과 예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시장에서 사 온 술과 육포를 들지 않았다고 한다.고개가 갸웃해지는데 제조 과정의 위생 문제를 걱정한 때문이라고 한다.시장에 대한 신뢰 문제와 연결돼 있고 오해의 소지 또한 없지 않은 것 같다.그러나 그 당시나 지금이나 불량식품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반증일 것이다.단순한 불량을 넘어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유해식품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이 있다.하루 세끼 먹는 것을 걱정해야 했던 시절의 정서가 배어 있다.농사의 결실을 보는 때고 그만큼 먹을 것이 풍성하다는 얘기다.요즘 사람들이 추석을 대하는 자세는 이런 배경과는 거리가 있다.마음껏 먹는 것 보다는 과식 없이 잘 넘기느냐가 관심사일 것이다.연휴를 보내면서 옛사람을 통해 명절을 맞이하고 먹을 것을 분별하는 자세를 가다듬어 봤으면 한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