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센강이 보이는 파리의 유서 깊은 거리에 노상방뇨를 막기 위한 친환경 소변기가 설치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용변기 모습도 우스꽝스럽지만 용변 보는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니 주민들의 반발은 당연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유럽 여행 시 불편한 점을 하나 꼽으라면 화장실 사용이 아닐까 싶다.화장실 수가 적음은 둘째 치고 그나마 어렵게 찾은 화장실도 대부분 유료다.그뿐이랴.크고 화려한 건물에 비해 너무도 작은 화장실 규모가 우리를 한번 더 당황케 한다.당연히 용변기 숫자는 한 두 개 정도다.

이쯤 되면 화장실 입구에서부터 미리 지퍼를 내리고 들어갈 정도로 성격이 급한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한 줄 서기를 요구하는 유럽 화장실은 육두문자 정도의 분노로 끝나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될지도 모른다.

난민 수용엔 인색하지만 화장실 개방만큼은 OECD 국가 중 선두라 해도 과언이 아닌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유럽의 화장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과거 유럽 사람들은 좋은 건물에 냄새나는 공간을 둘 수 없다 하여 화장실을 만들지 않았다.베르사유 궁전에 화장실이 없었던 이유다.

19세기 초까지도 유럽의 각 도시의 거리는 하나의 거대한 화장실이라 인식되어 노상에서 볼 일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행위였으며 17세기 초에 등장한 하이힐은 귀부인들의 드레스 끝에 오물이 묻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무로 굽을 높인 것에서 유래했다.이런 믿기지 않은 유럽인의 노상방뇨 행위는 19세기 말에 가서야 분뇨하수시설이 만들어지며 자취를 감췄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왜 21세기인 지금도 유럽의 화장실은 작고 여전히 부족한 것일까?

유럽 사람들은 가급적 유서 깊은 옛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려고 한다.기존 건물에서 최소의 공간만을 화장실로 개조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사용한다.

옛 것을 그대로 간직하고 지키려면 다소의 불편함은 따르며 이는 당연히 견뎌야 될 불편함 정도으로 여긴다.

인류의 보물이 묻힌 중도에 테마파크를 세우려는 하는 우리로써는 유럽의 화장실 문화는 결코 이해하기 힘든 정서일 수도 있다. 강창훈 코리아나투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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