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수 교산허균400주기추모 전국대회 추진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
▲ 정인수 교산허균400주기추모 전국대회 추진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
음력 8월24일(양력 10월3일)은 교산 허균이 마흔아홉 나이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날이다.햇수로 따지면 꼭 400년 전의 일이다.전통적인 보수 텃밭인 강릉에서 일반 시민들과 강원도지사와 국회의원,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와 허씨 문중 다수와 각급 기관장 등과 함께 교산400주기 추모 전국대회를 개최하게 됨은 획기적인 사건으로 진즉 누군가가 일찌감치 실천에 옮겼어야 했던 역사적 사명으로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는 것이 솔직한 심경이다.

교산은 뛰어난 문장가이자 개혁사상을 가진 인물이다.또한 전형적인 양반가 출신으로 그가 죽기 전 벼슬은 정이품으로 오늘날로 치면 장관급에 해당한다.그러나 교산은 지체 높은 벼슬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당시 하찮은 천민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신분을 초월했다.오히려 첩의 자식인 서얼에게도 관직 임용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설 정도였다.그 뿐만이 아니다.“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백성이며 세상을 바꾸는 힘도 백성(민중)에게 있다”라고 했다.교산의 이러한 언행은 기득권 세력에게는 눈에 가시같아 밉게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조정의 실권자들의 농간에 빠져 역모의 누명을 쓰고 광해군에 의해 거열형에 의한 능지처참을 당하고 만다.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간신들은 이후 5년 만에 인조반정에 의해 도망가다가 붙잡혀 거리에서 비명횡사를 당하거나 무소불위한 권력을 휘둘렀던 광해군은 위리안치 유배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다.역천자(逆天者)는 망한다는 만고의 진리가 고스란히 실증된 것이다.그러나 정작 역적으로 몰렸던 교산이 남긴 발자취와 정신적 유산은 오늘 날 화려한 부활을 통해 회자되고 있어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은 이럴 때 쓰이는 말인지도 모른다.

조선왕조에서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었지만 이후 복권절차를 통해 신원(伸寃)되었으나 교산만은 예외였다.교산허균400주기추모전국대회추진위 주관으로 서명운동을 벌여 1만1064명 명의로 헌법 제26조에 근거하여 국가기관을 상대로 청원에 나섰다.이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 초청 건의에 대한 답변 형식의 대통령 비서실 명의의 서한에서 “허균 선생님의 ‘세상에서 제일 두려운 존재는 백성이다’라는 이민위천의 사상은 대통령님의 ’국민이 주인인 정부’라는 국정철학과 일맥상통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나아가 “비록 대통령님의 (추모행사)참석은 여러 국정일정으로 어렵습니다만,허균선생님의 개혁정신을 기리며 변함없이 국민만 보고 생각하며 일하겠습니다”라고 했다.교산의 개혁사상에 대해 전적 동의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것이라 할 것이다.

국가최고 통치기관인 청와대에서 교산의 개혁정신이 국정철학과 일맥상통한다는 공식 언명은 신원(伸寃)의 일환이라 해석할 수 있는 것으로 ‘추진위’가 각고 끝에 얻어낸 소중하면서도 값진 수확임에 보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오호 통재라,교산(蛟山)이시여!조선왕조에서 언감생심 백성이 대접받는 평등한 민주주의 세상을 꿈꿨던 당대의 이단아,당신의 생애와 사상을 새삼 추모하면서 우리들은 미완의 개혁을 위해 정진할 것을 약속하나이다.부디 영원한 안식을 누리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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