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한 방송사의 오락프로그램에 결혼을 앞둔 여자 연예인이 출연해 “아직 남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못 받아서 내가 할까 생각중”이라며“우리는 먹세권으로 집을 정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먹세권? 처음에 다소 생소해 인터넷을 검색했는데 등록된것이 거의 없었다.필자가 횡성주재 기자로 있을 때 숲세권 취재 경험이 있어 곧바로 이해했다.먹세권은 먹는 것과 역세권의 합성어로 맛집이 주변 상권을 활성화하는 신조어라고 나름의 정의를 내렸다.

현대인들은 음식을 배부르려고 먹기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맛집에 관심이 많다.이런 흐름은 방송사들이 먹는 것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들을 주요시간대에 편성하는 이른바 먹방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일부 지역은 맛집과 카페 등으로 먹세권이 형성되자 집주인들이 임대료를 올려 임대 상인들이 이전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다.하지만 맛집이 떠나면 먹세권은 사라진다.맛집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강원도에도 맛집으로 인해 먹세권이 형성되는 지역들이 있다.대표적인 곳이 속초 중앙시장이다.속초 중앙시장은 닭강정,씨앗호떡 등 맛집들이 유명해지면서 식객들이 몰려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는 먹세권이 형성됐다.춘천 명동도 닭갈비를 맛보려는 관광객들로 먹세권이 있다.커피의 고장인 강릉은 커피 거리가 생겨 관광객들로 성시를 이루고 있다.카페 두곳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해 강릉 커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먹세권으로 자리잡았다.교동 짬뽕도 식객들이 몰리면서 주변 상가에 도움을 주고 있다.횡성도 맛의 고장으로 유명하다.전국 최고의 브랜드인 횡성한우와 안흥찐빵 유명 맛집들이 지역 경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유명 맛집이 그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성으로 인식되면서 자연스럽게 먹세권이 형성된다.

유명 맛집들이 지역상권 활성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자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마다 맛집 홍보에 적극적이다.홍천군이 지난달 27일 춘천의 한 빵집과 홍천지점 개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이 빵집은 춘천·원주에서 유명한 맛집으로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고 한다.이 빵집의 홍천지점이 개설되면 먹세권이 생길 수 있다.요즘은 유명 맛집이 외국 관광객도 유치하고 지역 경기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맛의 세상이 된듯하다.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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