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 무렵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주 설악산에서 첫 단풍소식이 들려왔다.정상부가 20% 정도가 물들면 단풍의 시작으로 친다.설악산은 한반도의 남쪽을 대표하는 산이자 북한의 금강산과 지척에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산이다.남한에 설악산이 있다면 북한에 금강산이 있다.두 산은 각각 남과 북을 대표하는 명산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금강~설악’으로 묶어서 부르기도 한다.

한반도의 척추에 해당하는 같은 백두대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할 것도 없다.지금은 남북을 각각 상징하는 산처럼 돼 있지만 떨어져 사는 한 형제와 다름없겠다.올해는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웃도는 날이 많았고 그만큼 이례적인 더위를 겪으며 특별한 여름을 보냈다.끝날 것 같지 않았던 시간이었지만 어느새 어제는 설악산 대청봉의 아침기온이 영하권으로 내려갔다는 소식이 들린다.

금강산도 그 가까운 거리만큼이나 계절이 오고가는 사정이 설악산과 비슷하다.설악산 단풍소식이 들려오고 아침기온이 쌀쌀해졌다면 금강산의 형편이 그러할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될 것이다.지난 98년 동해항을 통해 시작된 금강산관광은 지난 2008년 관광객 피격사건이 터지기까지 10여 년 동안 누구나 가 볼 수 있는 곳이었다.그러나 10년 개방 뒤 다시 10년 세월은 또 다시 가깝고도 먼 땅이 됐다.

지난 10년 금강산은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혹독한 여름을 지낸 금강산의 단풍은 또 어떤 정취를 자아낼까.올 들어 남북관계가 급진전하면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지난 4월 이후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다.지난달에는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남북정상이 함께 백두산에 함께 오르는 모습이 생생하게 전해졌다.그러나 우리가 언제 금강산에 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금강산 단풍도 지난달 26일 시작돼 설악산과 하루 이틀 사이로 각축을 벌인다.설악산 단풍은 이 달 중순 절정을 맞게 되는데 금강산의 단풍이 쌍벽을 이룰 것이라 한다.금강산은 춘하추동 네 계절마다 다른 이름이 있는데 가을엔 풍악산(楓嶽山)이다.그만큼 단풍이 좋다는 뜻일 것이다.끊어진 옛길이 복원되고 멀지않은 장래에 마음 놓고 금강산으로 나들이도 가고 수학여행도 가는 날이 오길 바란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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