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활동비에 이어 업무추진비가 말썽이다.국정감사를 앞둔 국회에선 연일 청와대와 공공기관의 업무추진비와 법인카드 사용내역이 폭로되고 있다.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천문학적인 금액도 문제지만 사적 용도로 쓰인 돈도 적지 않다.돈을 쓴 당사자는 ‘정부 지침에 어긋나지 않았다’,‘기준을 준수했다’면서도 “현안업무를 긴박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었다”고 사정을 설명한다.열심히 일하다보니 그렇게 됐다는 것인데 ‘글쎄요’다.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당 심재철의원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폭로는 자료입수의 불법성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규명돼야 할 중대 사안이다.공무를 처리하는데 쓴 비용이 기준에 위배됐다면 시비를 가려야 한다.당연한 일을 놓고 다툴 이유가 없다.자료입수가 불법이라면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하면 될 일이다.심 의원의 폭로에 따르면 청와대 일부 참모들은 지난해 5월부터 16개월 동안 심야시간대(231건,4132만8690원),공휴일 및 토·일요일(1611건,2억461만8390원)에 업무추진비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주점에서 사용한 횟수도 236(3132만5900원)건에 이른다.모두 기준 위배다.

365일 24시간,밤낮 없이 일해야 하는 청와대 특성상 심 의원의 지적이 억울(?)할 수 있다.그러나 대상은 ‘문재인 청와대’ 아닌가.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특수활동비 불법사용으로 옥살이를 하는 상황에서 업무 추진비를 제멋대로 썼다는 것은 문 대통령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그런데도 청와대와 정부의 인식은 지나치게 안이하다.이낙연 총리마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선을 긋는다.청와대는 해명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감사원 감사를 자청해야 한다.기준과 규정에 흠결이 있다면 고치면 될 것 아닌가.

업무추진비 사용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국민권익위원회는 말썽이 생길 때마다 ‘업무추진비는 클린카드로 쓰고,이 카드로는 술을 마시지 말도록 하라’고 권고했지만 지켜지지 않는다.공공기관의 법인카드 사용 문제도 마찬가지.도내 공기업 사장을 지낸 모 인사는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다 검찰에 고발되는 수모까지 당했다.당시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법인카드 폐지’,‘특활비 폐지’ 청원글이 게시되기도 했다.이번엔 어떤 글이 올라올지 궁금하다.결자해지가 답인데.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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