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산호군락지 스쿠버다이빙, 육지 구마노고도 트레킹
일본 혼슈 최남단 해안도시
인구 1만7000명 작은 어촌
작년 기준 연간 110만명 방문
매달 계절별 여행 기획상품
바다 - 산 연계 체험 가능 강점
어업후계자 양성 인구유입 도모

관광과 어업을 중심으로 지역경제를 일으키는 21세기형 어촌체험관광도시의 전형이 일본에 있다.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쿠시모토(串本)’.쿠시모토는 일본 혼슈(本州) 최남단,태평양에 접해있는 인구 1만7000명의 해안도시다.우리나라로 치면 ‘읍(邑)’이나 ‘면(面)’지역 쯤 된다고 할 수 있다.이 작은 도시에 스킨스쿠버와 스노클링,바다 낚시,카약,갯바위 체험 등을 즐기려는 어촌·해양체험 관광객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고령화와 상주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우리나라 어촌이나 다를 바 없지만,쿠시모토는 체험관광 분야 투자와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마을의 경쟁력을 높이고,21세기형 부자어촌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해외 어촌 성공사례< 상>

▲ 스노클링 등 바다체험을 학생들의 현장학습과 연계시키는 노력도 확대되고 있다.

>>지역경제의 요체는 바다 체험관광객

쿠시모토에는 지난해 기준으로 모두 2만명이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기 위해 다녀갔다.스노클링이나 바다낚시,카약 낚시,갯바위 생태 체험,참치 먹이주기,무인도 탐험,해산물 채취 등의 다양한 즐길거리 체험객까지 더하면 쿠시모토를 찾는 관광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지난 9월 말,기자가 찾아간 날은 평일인데도 적게는 4∼5명,많게는 20여명까지 스쿠버 다이버들을 실은 배가 항구 곳곳에서 오전에 출항 준비를 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지난 2005년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쿠시모토 바다는 지구 위도상 가장 북쪽에 위치한 산호 군락지로,80여종의 산호가 바닷속에서 장관을 연출한다.와카야마현 관광교류과 우미데 유시카즈(37) 담당은 “쿠시모토 바다는 스노클링 장비만 있으면 어디서든 바다 경관을 즐길 수 있어 다이빙과 스노클링 탐방객이 특히 많다”고 전했다.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는 선상 낚시대회를 비롯 다양한 어종을 대상으로 낚시대회도 연중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주민들 스스로도 ‘피싱 타운(Fishing Town)-쿠시모토’라고 소개할 정도다,지난 7월에 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배 낚시 대회에서는 무게가 360㎏이나 되는 황새치과의 물고기가 잡혀 일본 전역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는 10월 21일에도 독특한 생선을 잡는 낚시대회라는 이름으로 낚시 행사가 예정돼 있다.참다랑어와 방어 등 다양한 바다 물고기를 낚시로 잡아 올리는 대회가 사시사철 판을 펼치고,심지어는 올해 5회 째를 맞은 오징어 낚시대회도 존재한다.특히 쿠시모토가 자랑하는 참다랑어 낚시대회는 올해 28회째로,일본에서 두번째로 역사가 오래된 낚시대회 이기도 하다.쿠시모토 관광협회 신슈케 우이(62) 사무국장은 “규모가 큰 낚시대회만 연중 20여개에 달해 월 평균 두세번은 낚시 방문객이 몰려든다”고 말했다.

▲ 쿠시모토는 한해 2만여명이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기 위해 방문한다.

>>체험 시설 확충 및 프로그램 개발 지속

쿠시모토는 해수욕장 인근에 지질 교육을 시행 할 수 있는 대규모 ‘지오 파크’를 내년에 개관한다.신비한 바다 침식 환경 및 지질 자원과 연계해 학생 수학여행단과 가족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포석이다.쿠시모토에는 또 지난 1970년대에 문을 연 ‘해중공원도’ 시설도 자리잡고 있다.길이 24m의 해저 관광터널과 수많은 전시실을 보유한 아쿠아리움인 쿠시모토 해중공원은 일본 내 최초의 해양수족관 시설로 손꼽힌다.관광객들은 밑 바닥이 투명한 관광선을 타고 20여분 간 해저 탐색 여행을 즐길 수도 있다.그러나 30년 전 한해 50만명에 달했던 해중공원 수족관 방문객은 지난해에는 15만명 수준으로 줄었다.쿠시모토 관광협회는 내년에 문을 여는 지오파크가 지질·환경 교육 및 관광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쿠시모토 지역 투어 관광버스도 매일 운행한다.2980엔에 식사와 관광체험을 겸할 수 있는 투어버스로,매월 계절에 맞게 투어 기획상품을 새롭게 선보이는 것이 강점이다.관광객들에게 제공되는 도시락 식재료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해산물과 농식품으로 구성된다.관광객 도시락에도 ‘지산지소(地山地消·지역 생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를 접목한 것이다.

어촌·해양과 산간 체험이 연계되는 것도 쿠시모토의 강점이다.쿠시모토 인근에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구마노(熊野) 고도(古道)라고 하는 옛 순례길이 자리잡고 있다.1000년 이상되는 스토리를 품은 ‘기도와 참배의 길’인 구마노 고도와 연계해 쿠시모토 어촌체험관광이 매력을 더하는 것이다.

▲ 쿠시모토 관광협회가 발행하는 ‘혼슈(本州) 최남단 방문증명서’.우리나라로 치면 ‘땅끝마을 방문증명서’

>>고령화 극복과 개발·보존의 조화-과제

쿠시모토 관광협회에 따르면 지역 관광객은 지난해 기준 연간 110만명이다.어촌체험 등의 관광객은 매년 늘고 있다.그러나 관광패턴이 변하고 있는 것이 고민거리다.예전에는 수십명 단위 단체여행객이 많았지만,지금은 가족단위 소규모 목적형 관광이 대세다.이에 맞춰 어촌체험 관광프로그램도 30여개로 늘렸고,다랑어 덮밥을 비롯 걸어가면서 먹는 맛집 소개 홍보활동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젊은이들이 어업이나 관광업에 종사하는 것을 꺼리는 것도 지역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쿠시모토 관광협회 관계자는 “어업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하고,어촌 소득 향상을 통해 젊은층을 유입시키는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내에 30곳의 민숙(숙박업 중심)과 50여개소 민박(홈스테이형)을 육성하는 것도 체류형 관광을 북돋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다.부업으로 민박을 운영하는 오오하시 키와미(51) 씨는 “바다에서 직접 잡은 특산 음식으로 방문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존과 개발의 조화는 어촌·해안도시 쿠시모토 최대 난제다.체험관광 등의 시설을 확충하고 있지만,낚시대회 등을 통해 잡은 고기는 일정량을 제외하고는 다시 풀어주는 것이 원칙이다.쿠시모토 관광협회 신슈케 우이 사무국장은 “자연자원에 조금이라도 손을 댔다면,오늘의 쿠시모토 관광은 없었을 것”이라며 “개발과 보존의 갈림길에서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일본 쿠시모토/최동열·김우열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 직접 찾아가 체험관광 홍보”
인터뷰┃신슈케 우이 사무국장


▲ 신슈케 우이 사무국장
▲ 신슈케 우이 사무국장
“일본 최고의 낚시도시로 가꿔 내·외국인 낚시객들이 연중 북적이도록 만드는 것이 꿈 입니다.”

쿠시모토 지역의 관광 프로그램 개발·운영에 앞장서고 있는 ‘난키(南紀) 쿠시모토(串本) 관광협회’ 신슈케 우이(62) 사무국장은 “가장이 참가하는 낚시대회에 가족들이 모두 동행해 어촌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가족관광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주민 1만7000명의 쿠시모토는 경작할 수 있는 평지가 거의 없고 온통 바다와 산으로 이뤄진 지역이기 때문에 어업과 관광이 지역경제를 떠 받치는 양대산맥이다.경제 규모로 보면 관광이 60%,어업이 40%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이 때문에 어업과 연계해 채험관광객을 많이 유치하는 것은 지역의 소득증대와 직결되는 견인동력이다.

이에 따라 쿠시모토 관광협회를 비롯한 지역 기관·단체는 수학여행단 유치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도쿄와 오사카 등지의 대도시를 찾아가서 설명회를 열고,어촌체험관광 홍보물을 배포하는 등의 활동도 공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신슈케 사무국장은 “11년 전 2만명이었던 주민이 이제 1만7000명으로 줄어드는 등 인구감소와 고령화 여파에 예외없이 시달리고 있지만,최근들어 관광어업이 활성화 되면서 귀어를 꿈꾸는 젊은층이 다소나마 증가하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그는 “바다와 산,강을 연계시켜 아침에는 강을 건너고,점심에는 바다에 나가 다양한 어촌체험을 즐기고,저녁에는 민박을 하면서 체류하는 관광객을 늘릴 수만 있다면 미래가 밝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최동열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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