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분야에서 최고의 연구 실적을 내고 인류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노벨상이다.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여러 분야의 석학들이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수상자가 발표된다.올해도 어김없이 분야별로 수상자 면면이 드러나고 있다.그러나 우리나라는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외에 기별이 없다.그동안 수상권에 드는 인물 군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올해는 그마저도 뜸한 것 같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은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은 20회를 훌쩍 넘어 우리와는 대조를 보인다.수상 횟수뿐만 아니라 화학,물리학,생리·의학,문학,평화를 비롯해 여러 영역에 걸쳐 고르게 수상자를 내고 있다.노벨상 수상이 한두 해 반짝 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 소리 없이 한 분야에 매진하고 혼신을 쏟은 결과라는 점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개인의 노력과 국가의 지원이 맞아떨어진 결과일 것이다.

최근 일본은 거의 매년 수상자를 내는 몇 안 되는 나라로 꼽힌다.올해 24번째로 일본의 노벨상 메달레이스를 이어간 주인공은 올해 76세의 혼조 다스쿠(本庶佑) 교토대 특별교수.그는 암(癌)을 극복하는 면역메커니즘을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의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의 제임스 엘리슨 교수와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여전히 인류의 난제인 암 극복에 한걸음 다가선 업적을 평가받은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에게 공통점이 발견된다.표현은 다르지만 평범함과 비범함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다.첫째는 기초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고,둘째는 특별한 집중력이다.혼조 교수는 일본 역시 정부와 사회가 기초과학에 대한 이해와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기초연구는 하지 않고 응용만 하며 산(山)에 오르려는 건 난센스라는 것이다.일본에 대고 한 말인데 우리가 더 뜨끔해 진다.

결과를 내는 건 연구자의 신념이다.혼조 교수는 호기심(Curiosity),용기(Courage),도전(Challenge),확신(Confidence),집중(Concentration),지속(Continuation)의 6가지를 연구자의 덕목으로 꼽았다.인류에 기여 하는 연구 업적이 저절로 이뤄질 리 없다.1대 24의 한·일 노벨상 스코어를 뼈저리게 되새겨봐야 한다.국가든 개인이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차곡차곡 쌓아가는 이런 내공(內功)이 필요한 것이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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