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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혁 칼럼] 고교 3학년 한 입시생의 푸념

권재혁 2018년 10월 10일 수요일
▲ 권재혁 논설위원
▲ 권재혁 논설위원
지난 8월 2019학년 대학입학을 위한 자기소개서 작성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고교 3학년 아들이 지난달 14일 수시 원서 접수를 끝낸 후 공부하지 않아 불안한 마음에 “공부 안 하니?”고 물었더니 “공부할 필요가 없어요”라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학력고사 세대인 필자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아 “왜?” 라고 물으니,아들은 “수능 점수가 필요 없어요”라고 했다.이상한 생각이 들어 다시 물었다가는 무식한 아빠로 찍힐까 봐 꾹 참았다.그래도 뭔가 찜찜해 참을 수가 없어 “그럼,수능 최저등급을 받는 교과 전형과 정시 준비하는 친구들은 없어?” 라고 입시를 아는체하며 물었더니 “우리 반 30명 중 2∼3명만 정시를 준비하고,이 친구들은 교실이 어수선해서 도서관 등에서 공부하고,수시 응시생들은 면접,논술,수능이 남았지만 면학 분위기는 거의 없다”고 했다.

현재 고교 3학년 교실은 입시를 앞두고 ‘수시러’(학생들 은어)가 대세를 이뤄 수능을 준비해야 하는 ‘정시러’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2019학년 대입 선발인원의 76%가 수시모집이다.내년에는 수시모집이 더 확대되면서 수능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지난해 수능 결시율은 평균 10%로 집계됐다.

수능은 1994년,수시모집은 1996년부터 시작됐다.당시 정부는 “학생들이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다양한 전형을 만들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그러나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전형종류가 너무 많아 담임교사는 다 파악하지 못하고,수험생은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했고,엄마의 정보력은 필수가 됐다.아들의 수시 응시서류도 너무 복잡해 아내가 도와줘야 했다.특히 수시전형 합격 여부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는 학교생활기록부는 담임교사가 작성해야 하는데,현실은 학생들이 써 온 것을 담임교사가 그대로 적어주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담임교사의 능력이 입시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니,담임을 잘 만나면 로또에 당첨됐다고 비유할 정도라고 한다.성적이 상위권 학생에게는 학교생활기록부를 잘 써 준다는 보도까지 있다.학생 종합전형은 합격·불합격 이유를 전혀 모르는 깜깜히 전형이고,자기소개서는 자소설로 비꼬아 부른다고 했다.최근 서울 한 여고에서 교사의 쌍둥이 자매 성적조작 의혹 사건이 발생했고,광주의 한 여고는 성적조작이 사실로 드러나 내신신뢰도가 떨어졌다.

아들은 “현재의 입시제도가 학생들에게 너무 계획적인 삶을 강요하고 있다”며 “사람이 살면서 장래직업이 바꿀 수도 있는데,입시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청소년기의 진로변경은 개인적이거나 사소한 일에서 시작될 수 있는데,자기소개서에 학교활동이 있어야 대학입학이 가능해 학생의 진로변경이 힘들다는 것이다.고교 3년 동안 한가지 진로만을 유지하도록 강요받고 있다는 항변이다.

대학입시에 대한 불만은 교육부의 성토로 이어졌다.지난 8월 2022학년 대입개편안을 둘러싼 정책 혼선을 보고 학생들의 교육부에 대한 불신은 더 높아졌다고 한다.교육전문가들도 풀기 어려운 입시문제를 무작위로 선정한 시민참여단 490명에게 물어 국민 전체의 여론으로 간주한 것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또 2016년 교육부의 한 고위관료가 “민중(국민)은 개·돼지”라고 말한 것을 아직도 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아들은 “교육부가 새 입시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학생들만 고생한다”고 했다.이같은 주장들이 입시불만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설득력 있어 보였다.이 글을 쓰는 것은 대입제도 개편을 주문하는 것이 아니고,그저 고교 3학년 한 입시생의 푸념을 전달하는것 뿐이다.

이번에는 아들이 먼저 질문했다.“아빠,학력고사는 학생부 전형·자기소개서 없이 점수만 잘 받으면 됐지요?”그래서 “그때는 한 대학만 원서를 써서 경쟁이 심했어.수시는 6개 대학을 선택할 수 있잖아”라고 했더니,아들은 “아니에요.차라리 학력고사가 더 좋은 것 같아요.단순하잖아요.수시는 공부뿐만 아니라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요.특히 학생 종합전형은 2개월여 동안 합격에 매달려야 하는 희망 고문을 당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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