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우면 춥다고 하고 더우면 덥다고 하는 게 보통사람이다.권력 따라 줄을 서고,이익 좇아 움직이는 것이 인심이다.이것을 염량(炎凉)세태라 한다.이랬다저랬다 한다고 탓할 일도 못 된다.기댈 곳도 뿌리내릴 데도 없는 인생유전을 누가 탓하랴.권력이든 금력이든 가진 쪽에서 추위든 더위든 피할 곳을 만들어줘야 하는 게 아닌가.누구든 급한 비바람은 피할 곳이 있어야 안정적 생태계가 유지되는 것이다.

지난여름 폭염이 생시던가 싶을 정도로 기온이 크게 떨어졌다.40도를 오르내릴 때가 언제냐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거기에 맞춰 가는 것이 삶의 태도일 것이다.멀리 이름 난 산에 오를 것도 없다.엊그제 점심메뉴를 추어탕으로 했는데,다녀오는 길 도심의 가로수 잎들이 제법 울긋불긋 단풍이 들었다.아침저녁 기온의 낙차만큼 단풍은 빠르게 그 농도를 더해갈 것이다.

며칠 전 작심을 하고 아침운동을 나섰는데 아차 싶었다.긴팔을 챙겨 입고 이만하면 됐지 싶은 마음으로 나섰는데 금방 한기가 온몸으로 스며들고 맨손이 금방 오그라드는 게 아닌가.꾹꾹 눌러 참으며 잰걸음으로 몸의 온도를 높여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하늘을 찌를 듯 까마득히 층수를 높여 가는 아파트 신축 공사장부근을 지나는데,저마다의 위치로 향하는 노동자들의 작업복이 어느새 두툼해져 있다.

돌아보니 절기는 이슬이 서리로 변한다는 한로(寒露)가 아닌가.철원의 아침기온이 0.4도까지 떨어져 긴 겨울을 예고하고 있다.낙엽이 물들고 찬바람이 불기시작하면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한다.노년에 접어들면 세월의 속도를 빠르게 느끼고 비감에 젖기 쉽다고 한다.나도 모르게 쉰 고개를 넘은 지 몇 해가 됐던가 하며 이리저리 가늠해 보고는 순식간에 꽤 멀리 왔다는 생각도 든다.

세월만이 아니라 사람 사는 것도 달라졌다.얼마 전 “지금 60살은 과거 40살에 불과하다”는 기사를 봤다.영국의 전설적 모험가 데이비드 헴플먼-애덤스가 내년 단독 대서양 항해에 나선다며 이같이 말한 것이다.세계 7대륙 최고봉에 오른 그의 나이 만61세다.환갑이니 칠순이니 하는 프레임에 주눅 든 이들에게 정신이 번쩍 나게 한다.100세를 넘어 120세 시대를 말하는 마당에 20살은 접고 사는 게 맞지 싶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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