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유정은 밤을 사랑했다.생의 끝자락 폐결핵으로 쇠약해진 시절 쓴 수필 ‘병상영춘기(病床迎春記)’에서는 주위의 모든 것이 잠이 들어 있는 밤이 좋다 고백한다.

‘밤,밤,밤이 좋다. 별이 좋은 것도 아니요 달이 좋은 것도 아니다.그믐칠야의 캄캄한 밤 그것만이 소용된다.’

김유정이 사랑한 밤이 오면 별들의 향연이 펼쳐진다.여름 한 철 화려함을 내려놓고 쉬이 보이지 않던 10월의 은하수가 펼치는 잔명(殘命)의 춤사위는 눈부시다.터지듯 번지고,솟구칠 듯 쏟아지는 빛의 무리들.한 줌 흩뿌린 구슬은 하늘에 강을 만들고 푸르른 어둠에 시리도록 아름다운 빛을 토해낸다.

누군가는 김유정의 작품을 두고 그의 손을 거치면 ‘보잘것없는 삶이라도 빛을 낸다’고 했다.살아생전 빛을 보지 못한 비운의 문학가,그러나 보잘것없는 모든것을 별처럼 빛나게 하는 ‘밤하늘’을 닮은 유정.‘밤이 내리니 만물은 고요히 잠이 든다. 검푸른 하늘에 산봉우리는 울퉁불퉁 물결을 치고 흐릿한 눈으로 별은 떴다.’(김유정 단편 ‘만무방’ 중)

유정이 그리운 가을 밤이다.

글· 사진┃최유진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