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어촌체험 연계 학교부터 ‘ 부활’ 귀어인구 몰린다

해외 어촌 성공사례< 하>

일본 시코쿠(四國) 지방 도쿠시마(德島)현은 ‘도쿠시마에서 어부가 되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귀어(歸漁) 인구를 유치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령화와 이촌 등으로 인해 어촌인구 감소와 지역 침체가 날로 심화되고 있는 현실을 실감케한다.귀어 인구 유치를 위해 도쿠시마현은 어업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어업 후계자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이런 도쿠시마현에서 가장 작은 초미니 어촌에 속하면서도 전체 주민 가운데 30%가 초·중학생인 어촌마을이 존재한다.

도쿠시마(德島)현 미나미초(美波町)에 있는 ‘이자리(伊座利)’마을.마을을 가로막고 있는 험준한 고갯길을 10여㎞나 넘어가야 만날 수 있는 ‘육지 속의 섬’ 같은 외딴 바닷가 마을이지만,이자리 마을에는 초·중학교가 있고,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친다.고령화와 인구감소가 쓰나미처럼 각국의 어촌마을들을 휩쓸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지만,이자리 마을은 특화어촌체험 프로그램으로 정주어촌의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기에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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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리 마을은 육지 속에 있는 ‘고독한 섬’ 같은 어촌이다.마을을 만나기 위해서는 첩첩산중 고갯길을 10여㎞나 구불구불 넘어가야 한다.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이런 산중에 바닷가 마을이 정말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마을은 앞쪽으로만 바다가 열려 있고,좌우와 뒤편 3면은 모두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험준한 주변 여건 때문에 마을에는 그 흔한 편의점이나 슈퍼마켓도 하나 없다.

전체 주민은 100여 명.그런데 어린이와 청소년이 30명이나 되고,65세 이상 노인은 20명에 불과하다.고령화에 시달리는 일반적인 어촌의 인구 구성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마을을 살리기 위해 지난 20년 간 이자리 주민들이 다양한 바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정주 인구 유치 노력을 전개한 결과다.이자리 마을은 20년 전,마을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큰 위기에 직면했다.주민 인구가 100명 이하로 감소하고,어린이들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격감했다.

고령화,저출산 여파로 어촌마을 소멸이 기정사실화 되던 때,주민들은 학교부터 살리자면서 다양한 생태·어촌체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정주 인구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이자리어업협동조합 쿠사노 유사쿠(66) 대표이사조합장은 “‘학교의 불을 끄지 말자’,‘오너라,바다의 학교’라는 슬로건 아래 학생 인구 유치를 위해 바다체험 및 생태 교육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운영하고,해녀 학교도 개설했다”며 “그런 노력의 결과로 현재 이자리 주민의 절반 이상이 전국 각지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이주 6년째인 쿠스모토(44) 씨는 “다섯 가족이 함께 이주를 결심했는데,지금 생활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 인구 100명의 소규모 어촌인 일본 도쿠시마현 이자리 마을의 포구 전경.
▲ 인구 100명의 소규모 어촌인 일본 도쿠시마현 이자리 마을의 포구 전경.
▲ 이자리 마을의 해남이 궂은 날에도 물질을 한 뒤 전복 등 해산물을 수조에 옮기고 있다.
▲ 이자리 마을의 해남이 궂은 날에도 물질을 한 뒤 전복 등 해산물을 수조에 옮기고 있다.
▲ 이자리 마을의 어부와 주부들이 운영하는 ‘어촌 카페’.마을 특산품인 점보새우 요리를 비롯 각종 생선회,우동,튀김 등을 판매한다.
▲ 이자리 마을의 어부와 주부들이 운영하는 ‘어촌 카페’.마을 특산품인 점보새우 요리를 비롯 각종 생선회,우동,튀김 등을 판매한다.
▲ 이자리 마을에서 판매하는 바다 특산품.
▲ 이자리 마을에서 판매하는 바다 특산품.



주민들은 ‘이자리의 미래를 생각하는 추진협의회’를 만들고,특화마을 육성 및 정주어촌 건설에 힘을 모았다.가장 주목을 끄는것은 ‘가족이 함께하는 단기 어촌유학제도’이다.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사는 게 제일이다”라는 원칙 아래 수개월 혹은 1∼2년 단기유학에서부터 영주까지,이주민 유치에 나선 결과 도쿄 주변 수도권과 오사카 근방 간사이권,도쿠시마현 등에서 지난 20년 간 100명이 넘는 단기·장기 전학생을 받아들이는 고무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어촌 유학은 카누,크루즈 체험,바다 낚시,스쿠버다이빙,정치망 어업 체험,넙치 치어 방류,음악 운동회 등 다양한 바다·어촌체험과 연계되고,시골 어촌의 독특한 유대 및 인간관계,커뮤니티 교육 등과도 결부된다.어부 등으로 종사하기 위해 전입을 원하는 사람을 주민 협의체에서 직접 상담,아이와 함께하지 않는 부모나 지역에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은 전입을 제한하는 것도 이자리 마을의 특징이다.

해녀(해남) 양성 체험·교육도 이자리 마을 대표 프로그램이다.해녀 양성교육을 통해 실제로 이자리 마을에 정착,물질에 종사하는 해녀(해남)들도 늘고 있다.

이자리 마을은 지난 2007년 마을의 어부와 주부들이 운영하는 ‘어촌카페’를 오픈했다.마을 앞바다에서 나오는 이세 점보새우를 비롯 전복,소라,생선회,우동,튀김 등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카페식당으로,해초 등 마을의 특산 해산물도 판매한다.카페의 주인은 마을주민 전원이다.처음에는 “이런 곳으로 먹으러 오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의문부호를 품고 출발했지만,기우에 불과했다.도쿠시마를 비롯 인근 도시에서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고,마을 공동체의 화합과 결속을 다지는 공간으로 역할 비중을 키우고 있다.

이주를 원하는 사람들은 마을 협의체에서 빈집을 제공하거나 어촌카페 2층체류형 콘도에서 단기 체류를 하면서 마을생활을 미리 경험해 볼 수도 있다.



‘육지 속의 섬’,이자리 마을이 지역 소멸을 막고,정주 어촌 건설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자 전국에서 이자리 마을을 성원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현재 1000여명에 달하는 ‘이자리 마을 응원단’은 체험활동을 공유하면서 특산품 구매,마을 홍보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자리 마을은 슈퍼마켓도 없는 외딴 어촌이지만,도쿄 등 수도권이나 다름없는 인터넷 환경을 갖추고 있다.그러나 주민들은 아직도 이자리 마을의 존립과 미래를 확신하지 못한다.일본 내 고령화,저출산의 그늘이 너무 짙기 때문이다.마을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묻자 주민들 입에서 “불투명하다”는 대답이 나왔다.그래도 주민들은 대도시를 찾아가 이주민 유치 홍보 활동을 전개하고,바다 생태 및 어촌체험 프로그램을 다각화 하는 등의 노력을 중단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주민들은 “특히 환경 오염 행위를 철저히 예방,마을과 바다의 환경을 지키는 일에 더욱 힘을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도쿠시마현/최동열·김우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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