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해안 환경 극복 조건 ‘ 체험특화·자연보존·주민참여’
경기 백미리 개발보다 보존 우선
불편해도 체험관광객 연 20만명
묵호 논골담길 인기도 추억 때문

▲ 삼척 장호어촌체험마을
▲ 삼척 장호어촌체험마을
강릉 사천진리 어촌마을은 최근 강릉원주대 부설 강원어촌특화지원센터와 연계해 ‘2018 어촌6차산업화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어촌 순회교류 간담회’를 개최했다.외부 전문가와 어촌마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는 어촌관광 활성화 및 특화발전을 위한 다앙한 의견이 개진됐다.어촌 체험 및 관광은 이제 동해안 관광발전을 이끄는 한축으로 자리잡고 있다.‘한국의 나폴리’로 통하는 삼척 장호·용화 어촌마을에서부터 국내 최북단 어항인 고성 대진항에 이르기까지 400여㎞에 달하는 강원도 해안선에는 체험관광어촌으로 유명세를 더하는 마을들이 속속 생겨나 관광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어촌체험관광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마을들은 주민 중심으로 지역실정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전문가들은 “해양레저를 중심으로 바다와 어촌을 무대로 한 관광프로그램이 인기를 더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촌관광발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특화·차별화 발전 노력 강화 △자연 환경 보존 및 개발의 조화 △주민참여 확대 등의 3박자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어촌관광 프로그램 특화 및 차별화

‘물회 마을’로 유명한 강릉 사천진리는 ‘해설이 있는 어촌체험관광’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사천진리 김세중 사무국장(오션플레이호 선장)은 “배낚시와 자망어업 등의 체험객들에게 전통어법과 바다환경,어촌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얘기를 들려주면서 체험의 재미와 몰입도를 높이고 있고,마을 ‘밴드’를 운영,그날그날의 어촌체험 상황 및 조황,관광자료 등을 올려 공유하는 것이 체험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어촌도시들의 관광특화 프로그램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와카야마현은 600㎞ 길이의 기나긴 리아시스식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어촌도시들이 해양·어촌관광 프로그램을 앞다퉈 선보이면서 체험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으나,저마다 내세우는 주력 상품이 바다낚시,참치 양식체험,고래 체험,수상 스포츠 및 온천 등으로 차별화돼 있다.

이동철 강릉원주대 교수는 “동해안은 해안선 환경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어촌마을마다 특화·차별화 프로그램을 발굴·육성하는데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지만,바닷속 경관이 탁월한 곳은 스노클링과 스킨스쿠버,파도가 다양한 곳은 서핑,낚시 환경이 좋은 곳은 바다낚시,해조류 등 특산자원이 많은 곳은 갯바위 채취 등의 체험상품을 특화하고 전통어법 체험을 활성화하는 등 마을마다 가장 매력적인 관광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특화발전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바다 자원 및 환경의 보존

이광표 와바다다 대표는 “개발 붐을 타고 콘크리트 구조물이 동해안 곳곳에 넘쳐나면서 해안관광 여건이 오히려 망가지고 있다”며 보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이 대표의 지적처럼 국내·외 어촌마을 가운데 관광발전에 성공한 곳은 개발 보다는 ‘보존’에 방점을 찍은 곳이 많다.국내 어촌체험의 절대강자로 통하는 경기도 화성시 ‘백미리 어촌체험마을’은 1.5㎞ 이상 이어지는 마을 주 진입로가 자동차 1대가 겨우 지나가는 ‘농로’ 수준이지만,한해 13만∼20만명의 체험관광객이 몰려든다.백미리는 해안선을 따라 경계 철조망이 그대로 존치되고 있는 곳 이기도 하다.백미리 마을 이창미 사무장은 “백미리 갯벌과 바다에 인위적 시설은 돌로 쌓아 만든 전통어법 시설인 ‘독살’과 화장실 뿐”이라며 “철조망 철거가 시대조류라고 해도 갯벌 보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앞으로 경관휀스 등의 시설은 그대로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동해문화원 조연섭 사무국장은 “묵호항의 과거를 되살리면서 아날로그 관광지로 급부상한 묵호등대 ‘논골담길’ 마을의 경우도 현대적 구조물 보다는 마을의 추억과 옛 스토리를 토대로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주민 참여가 어촌관광발전의 요체

양양 수산항 마을은 주민 주도 어촌체험마을 발전의 전형을 보여준다.다양한 어촌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수산리 어촌계는 일종의 마을기업인 영어조합법인체로 발전했다.34명 어촌계원들이 수산항의 관광을 움직이는 CEO이면서 직원이다.매달 11일을 공휴일(금어일)로 정해 어족자원을 보호하면서 대청소를 하고,그날 총회를 열어 한달간의 운영 성과를 공유하는 것에서도 주민 주도 관광발전의 힘을 확인 할 수 있다.경기도 백미리 마을은 주민주도형 어촌체험마을 운영이 확대되면서 10년 전 55명에 불과했던 어촌계원이 현재는 124명으로 증가하는 인구 유입 효과까지 내고 있다.강릉 사천진리 어촌마을은 올해 여름 해수욕장 운영을 직영하면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김세중 사천진리 사무국장은 “해수욕장을 마을에서 직영하는 체제로 전환하면서 5000원을 내면 쓰레기 봉투를 제공하고,샤워장을 무료로 사용하도록 하는 등의 혜택을 부여하고,마을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거나 어촌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체험객에게는 파라솔 할인 등의 혜택을 주는 쿠폰을 지급했는데,예상외로 큰 호응을 받았다”고 말했다. <끝> 최동열 ·구정민·김우열-박주석


전문가 제언┃김상무 강원어촌특화지원센터장

“수도권 인구 주요 고객, 교통개선 필요”

▲ 김상무 강원어촌특화지원센터장
“동해바다 어족자원이 감소하면서 해양관광·어촌체험 비중이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특히 국민소득이 높아지면 서핑과 요트,스킨스쿠버 등 해양레저 스포츠에 필연적으로 사람들이 몰리게 된다는 점에서 강원도 동해안의 어촌관광이 더욱 주목받게 될 것 입니다.”

강원어촌특화지원센터 김상무 센터장(강릉원주대 교수·사진)은 “동해안은 해양 레저 활동에 적합한 파도와 청정해역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해양레저와 어촌체험이 차지하는 관광경제 비중이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접근·편의 인프라와 즐길거리 프로그램 확충 등의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김 센터장은 우선 바다·어촌지역과 농·산촌의 연계 체험을 강조했다.가족단위 체험객들이 어촌을 찾는다고 해도 한나절 체험활동을 하고나면 지치기 때문에 주변의 농·산촌과 관광시설을 연계해 1박2일 등의 체류형 체험관광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을별 먹거리 특화전략도 김 센터장이 중요시하는 대목이다.김 센터장은 “동해안 마을의 경우는 메뉴가 대동소이해 마을별 특색을 찾기 어렵다”며 “바다 자원이 비슷하다고 해도 ‘사천물회’ 처럼 마을별로 대표 음식 한 두개 정도는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촌마을의 역사와 유래에 대한 ‘스토리텔링’과 바다해설사 양성 등의 지원책도 더 늦어져서는 안된다.어촌의 역사문화와 전설 등을 체득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노인들이라는 점에서 어촌의 전래문화에 대한 스토리텔링 작업을 서둘러야 하고,어촌체험관광과 접목해야 한다는 충고다.

어족자원 감소에 대해서는 “휴식기를 두고 어업인들을 지원하는 대책을 강구해서라도 바다 어족자원을 살려나가야 한다”고 말했고,개발과 보존의 조화 문제에 대해서는 “관광발전을 위해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자연환경을 최대한 손상없이 지켜나가는 것이 선진국의 기준이 된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김 센터장은 “강원도 인구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동해안 어촌체험관광의 주요 고객은 결국 수도권 인구라는 차원에서 교통인프라 개선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하고,항구 등의 개발시책을 펼 때는 침식이나 퇴적 등의 영향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의 충분한 예측 진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동열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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