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채린 원주 호저초 교사
▲ 이채린 원주 호저초 교사
아침 저녁으로는 무척 쌀쌀하지만 낮에는 가을볕이 따뜻하다.올 여름에는 111년 만에 40도를 넘는 무더위를 겪었는데 벌써 찾아온 추위가 낯설고 당황스럽다.더 추워지기 전에 따뜻한 가을볕을 즐기러 아이들과 산책을 나선다.유난히 파란 가을 하늘에 흰 구름이 둥둥 떠간다.강가에는 어느새 겨울 철새들이 찾아와 자리를 잡았다.코스모스가 한들한들 바람에 흔들리고 억새,갈대가 고개를 내민다.섬강굽이길을 자유롭게 걸었다.앞 서서 걸으면 아이들은 꽃,사마귀,애벌레 따위를 들여다보거나 도꼬마리를 뜯어서 놀며 온다.차가 다니지 않는 길이라 아이들이 좋을 대로 놓아둔다.한참을 따뜻한 햇빛과 선들선들한 가을 바람을 느끼며 걷는데 저 뒤에서 아이들이 무어라 큰 소리로 떠든다.가만히 들어보니 “지구를 지키자!” 하고 외친다.손에는 페트병,비닐봉지 따위를 저마다 들었다.걷다가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주워들고 ‘지구를 아껴야 한다’는 생각에 소리 높여 외치며 온다.참 예쁘고 눈물이 핑 도는 모습이었다.학교까지 들고 가기에는 아이들이 힘들 것 같아서 길 한쪽에 모아두었다.다음에는 쓰레기 봉지를 들고 나오자고 했다.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마음이 예쁜 아이들이다.이런 아이들이 살아갈 앞날이 참 걱정이다.

올해만 해도 추워지는 속도가 작년보다 빠르게 느껴진다.기상청은 10월 끝 무렵에 매서운 추위가 찾아온다고 했다.이제는 여름과 겨울의 온도차이가 60도 가까이 나는 세상에서 산다.올 여름 관측한 뒤로 단 한 번도 녹지 않았던 북극 최후의 빙하 일부가 녹았다는 기사를 많이 보았다.북극에서 가장 오래되고 두꺼운 빙하로 지난 2만년 동안 한 번도 녹지 않았다고 한다.그런 빙하가 녹아 내렸다.기상학자들은 2030년에 북극 빙하가 모두 사라진 여름이 올 수도 있다며 이젠 무섭다고까지 했다.

소름이 돋았다.우리가 만들어 낸,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두려웠다.이상 기온이 일상이 될 그리 멀지 않은 가까운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이 걱정되었다.봄 가을은 갈수록 짧아지고,미세먼지로 바깥에 나가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질 것이다.여름 겨울은 길어지고 온도 차이는 더 극심해질 것이며,엄청난 강도의 태풍이 자주 찾아올 것이다.이 정도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다.북극의 얼음이 다 녹아버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모르기 때문에 더 두렵다.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 몰라서,우리가 살아온 삶보다 힘들게 살 것 같아 두렵다.

교실로 돌아와 지구온난화에 대해 풀어서 이야기해주고 “앞으로 너희들이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하자 1학년 아이가 “어른들이 잘못한 거잖아요”한다.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어른들이 저지른 잘못을 아이들에게 해결하라고 할 수는 없다.늦었다 하기 전에 무언가 해야 한다.탄소를 만들어내는 화석연료를 당장 그만 쓰면 좋겠지만 아직은 먼 이야기이다.산업 사회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하루라도 빨리 대체 에너지에 대한 연구를 마쳐야 한다.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분리수거를 꼼꼼히 해서 자원 재활용이 잘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미래,아직 오지 않은 앞날이다.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는 날이란 뜻이다.아이들이 살아갈 앞날을,모두가 힘을 모아,아이들을 위해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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