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춘천의 대표적 나들이 코스 구곡폭포에 갔다가 기분이 크게 상한 적이 있다.아무 때나 별다른 준비 없이 훌쩍 다녀올 수 있는 곳이 여기다.계곡과 숲이 우거진 산책 코스를 걸어도 좋고 폭포 상단부에 위치한 문배마을까지 다녀온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근교에 이만큼 편안하게 기분 전환할 곳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춘천시민뿐만 아니라 이미 수도권 사람들에게도 널리 이름 난 곳이기도 하다.

지독한 더위도 식힐 겸 가벼운 마음으로 느지막이 나섰는데,폭포가 쳐다 보이는 막바지에 이르자 전에 듣지 못한 요란한 개 짖는 소리가 계곡에 쩌렁쩌렁 울렸다.소리로 보아 덩치 큰 맹견으로 짐작됐다.어딘가에 갇혀있는 것이 분명했지만 금방이라도 우리를 뛰쳐나올 것처럼 사납게 들렸다.구곡폭포와 같은 이름 난 관광지,그것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즐겨 찾는 이곳에서 이런 맹견 짖는 소리를 들어야하다니.

혹독한 더위를 피해 떠난 계곡 막장에서 이런 맹견 소리를 들으면서 국민관광지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말았다.이런저런 이유로 개를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예기치 못한 불화가 곳곳에서 비일비재하다.애완견을 데리고 공원이나 관광지를 산책하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아파트 주변 공터나 간이쉼터에도 반려 견 나들이가 일상의 풍경이 돼 있다.아침산책 길에도 저녁운동 길에도 다르지 않다.

순하게 보이는 애완견이 무방비 상태의 행인을 무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데 이 정도는 그래도 애교에 불과하다.덩치 큰 반려 견을 목줄이 느슨하거나 아예 없는 채로 거리에 나서 식은땀을 흘리게 하는 일까지 있다.반려 견을 통해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 것이 사실이라지만 동물과 사람의 동거가 또 다른 불화를 만들어 낸다면 이 또한 문제다.급기야 고삐 풀린 맹견이 행인을 물어 숨지게 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강원 도내에서도 매년 100여 건 이상의 개 물림 사고가 일어난다.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2015년 111건,2016년 134건,2017년 133건이 발생했고,올해도 이미 80건을 넘었다고 한다.지난 3월 동물보호법이 개정돼 목줄과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고 위반 때 최대 50만 원의 과태료를 물도록 하고 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이웃과의 갈등,사람과의 불화를 어떻게 풀건가.반려동물시대의 과제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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