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도계읍 전옥화씨
한글 배우기 4년 만에
삶·자연 담은 시집 펴내

“늦은 나이에 한글을 배우며 제 자신을 찾았어요.”

일흔을 넘긴 고령의 만학도가 한글을 깨우치고 시집까지 펴내 화제다.주인공은 삼척 도계읍에 살고 있는 전옥화(72·사진) 할머니.전 할머니는 탄광촌에서 지내온 자신의 삶과 도계,삼척의 자연을 담은 시집 ‘바람같이 지나간 세월’을 이달 초 출간했다.그가 한글을 배운지 4년여만이다.

전 할머니는 지난 2013년 초 사촌 여동생의 손에 이끌려 삼척시가 운영하는 ‘찾아가는 평생학습대학 문해교육반’을 찾았다.사촌 여동생은 당시 남편을 갑작스러운 사고로 잃은 충격과 슬픔에 빠진 전 할머니의 건강을 우려해 한글 배우기를 추천했다.전 할머니가 문해교육반에 발을 들인 데는 70년 가까이 쌓인 못배운 한(恨)을 풀고 싶다는 작은 바람도 있었다.

그녀는 어린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에 집안일을 도와야했고,결혼 뒤에는 시댁과 친정 부모를 모시고 4남매를 키우기 바빠 학업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전 할머니는 “밤낮없는 집안일에 농삿일에 치여 무얼 배워야겠다는 생각조차할 틈도 없었다”며 “8살때 학교를 가는 친구들을 보고만 있었던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년 2월 초등학력 취득을 준비하고 있는 전 할머니는 “누가 내 글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며 “여건이 된다면 더 많은 책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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