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등?결론부터 말하자면 NO!라면과 빵에 밀려 ‘존재가치 실종’이라는 비아냥마저 들었던 ‘쌀’이 오랜만에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그것도 식탁물가의 주범으로.그러나 아니다.농민과 농민단체들은 “현재 18만원(80kg)대는 20년 전 가격”이라며 “생산비(24만20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항변한다.2016년 12만9000 원으로 떨어졌던 쌀값과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주장.투자 대비 본전도 못 건지는 벼농사의 현실을 제대로 봐 달라는 주문도 곁들인다.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쌀’이 관심 대상이 된 건 반가운 일이다.이 참에 쌀의 현재적 가치를 들여다보자.1980년대 초,국·공립대학 등록금을 내려면 쌀 8가마(80kg)를 팔아야 했지만 지금은 3배가 넘는 27가마가 필요하다.라면 값과 비교하면?2000년 기준,한 봉지에 450원 하던 모 식품회사 라면은 2018년 830원으로 84.4% 뛰었다.같은 년도 쌀값(80kg)은 15만8000원에서 17만8000원으로 고작 12% 오르는데 그쳤고.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지난 2016년엔 쌀 값 폭락으로 농민 대투쟁이 전개되기에 이른다.농민 백남기 씨가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때(2015년11월)와 맞물린다.쌀값 폭락이 부른 비극이었다.

쌀값이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몰리자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조목조목 반박한다.쌀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6%에 불과한데도 일방적으로 매도당하고 있다는 것.핸드폰 요금이 3.85%,커피 값이 2.6%를 차지하는 실정을 고려하면 수긍이 간다.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2017년 기준 61.8kg으로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해도 밥 한 공기(100g 기준)에 300원이 채 안 된다.밥 3그릇을 팔아야 라면 1봉지를 살 수 있다는 얘기.이는 400원짜리 자판기 커피 값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유효하다면 ‘쌀값 폭등’은 곧 ‘민란’과 ‘폭동’으로 이어질 것이다.그러나 어떤가.쌀 생산량은 여전히 소비량을 웃돌고 농민들은 정부 수매가 인상을 요구한다.쌀 수급정책이 엇박자를 내며 농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만 이들에겐 최저임금 개념조차 적용되지 않는다.쌀값을 정부 최저임금과 연동시켜 적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농산물시장개방을 담보로 FTA가 체결된 후 농민들이 떠안은 고통을 생각한다면 ‘쌀값 폭등’은 지나치게 가혹한 가짜 뉴스다.쌀과 농민들이 언제나 정당한 대우를 받게 될지.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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