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몰라보게 변한 것을 두고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한다.이 말은 원래 ‘신선전(神仙傳)’ 마고 선녀이야기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전한다.중국 명나라 때 문신인 유정지(劉定之)가 지은 ‘대비백두옹(代悲白頭翁)’이라는 시에도 비슷한 대목이 등장하는데 “내년에 피는 꽃은 또 누가 보려는가(明年花開復誰在)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가 된다는 것이 과연 그러하구나(實聞桑田變成海)”하는 구절이 보인다.

최근 기후 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이에 따라 작물지도가 달라지는 것을 보면 상전벽해라는 말이 그저 과장된 말로 치부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이전 같으면 강원도에서 인삼구경 하고 사과구경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충청도와 경상도의 특산물로 여겨져 왔고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던 것이 이들 작목일 것이다.그러나 지구가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작물재배 한계선이 슬금슬금 북상하고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바꿔놓을까 반신반의 했으나 이젠 흔한 것이 인삼밭이요,사과밭이 되고 있는 것이다.사과는 과일의 대명사라 할 만큼 누구나 즐겨 찾는 먹을거리다.산지가 많고 해발고도가 높아 서늘한 기후를 지닌 강원도에서 자란 사과가 특별한 맛이 있다고 한다.그동안 정선은 강원도 중에서도 산간오지의 대명사처럼 이미지가 각인돼 있다.그런 곳이 사과의 고장으로 변신한다.

그 가운데 대표 생산지가 임계면(臨溪面)인데 이곳에서 이번 주말과 휴일(20~21일) 지난해에 이어 제2회 사과축제가 열린다.한두 그루씩 맛보기로 심은 것이 아니라 축제를 열고 손님을 불러들일 만큼 판을 키운 것이다.긴 겨울과 추위 때문에 과일 재배가 어려운 것으로 여겼고 감자 무 배추를 비롯한 고랭지채소로 이름이 나 있는 이곳이다.그런데 그 자리를 어느새 사과가 야금야금 비집고 들어와 있다.

큰 일교차 때문에 과육이 단단하고 당도,색상,식감이 뛰어나다고 한다.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 임계농협이 공식후원사로 참여하면서 올림픽무대에도 데뷔 했다.임계사통팔달시장 일원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명품사과 전시회,무료시식,사과 따기 체험 등 풍성한 행사가 열린다.주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진 한마당축제가 될 것이라 한다.사과주산지로 변해가는 이곳의 모습이야말로 상전벽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