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강원 자영업 위기

국내 내수시장 침체에 지역 자영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시장이나 상가의 빈 점포가 늘어나고,도시 중심의 현수막 게첨대에는 창업 홍보문을 좀처럼 찾아볼 수없다.올들어 9월말 현재 강원도에서 2만명 가까운 자영업자가 폐업했다.전반적인 시장 침체에 최저임금 상승 ,근로시간 단축,회식문화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겹쳤다.속초에서는 지난 5일 소상공인들이 시청에 모여 상생을 위한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폐업 위기,창업 경쟁,매출 감소라는 트리플 악재에 갇힌 강원 자영업의 위기를 진단한다.



내수부진·경쟁악화로 창업과 폐업 증가

경기불황과 그에 따른 소비침체가 자영업을 어렵게 하는 만성적인 요인이라면 자영업 폐업이 급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비용은 매년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중소벤처기업부의 ‘최저임금 영향률’ 자료에 따르면 내년에 시간당 최저임금 8350원을 적용받는 전체 임금 근로자 중 98%인 284만1000명이 중소기업·소상공인 사업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지출은 느는데 경쟁까지 치열하다.지난해 강원도에서 창업한 사업자가 3만6000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국세청의 2018 국세통계 조기공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과세당국에 신규 등록한 강원도내 사업자는 법인 2791명,개인 3만3558명 등 3만6349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루평균 100곳에 달하는 사업체가 문을 연 셈이다.지난해 창업열풍에 힘입어 총 사업자도 21만6103명으로 역대 최고 규모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쟁에 밀린 폐업자도 2만5000여명에 달하며 너도나도 자영업자가 됐다가 폐업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지난해 과세당국에 폐업신고를 한 도내 개인 및 법인사업자는 총 2만5299명으로 하루평균 69곳이 폐업했다.전체 폐업의 95%를 자영업자가 차지했다.폐업을 신고한 자영업자 중에서도 영세 자영업자에 속하는 연매출 4800만원 미만인 간이사업자는 9818명으로 전체의 40.8%에 달했다.

생계형 자영업자 수입 ‘한숨’

영세 자영업자의 수입이 임금근로자 수준을 한참 밑돌고 있는 것도 폐업이 급증하는 요인이다.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이 최저임금위에 제출한 ‘2019년도 최저임금 사업별 구분적용안’을 보면 5인 미만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월평균 209만원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임금근로자(월평균 329만원)보다 120만원이나 적은 금액이다.

노동강도는 더 심해지고 있다.5인 이하 종업원을 고용하던 식당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부담으로 기존 채용했던 직원을 그만두게 하고 홀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도 늘어나는 추세다.신한은행이 발표한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주 47.3시간으로 대기업(46.6시간),중소기업(44.6시간) 직장인보다 길었다.임금 근로자보다 한 달 최대 11시간 더 일하는 셈이다.

이렇다보니 자영업자들이 은행 빚에 허덕이고 있다.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1분기 강원도내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는 6조8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7%(9000억원) 증가했다.전국평균(10.2%) 및 강원지역 가계대출 증가율(11.7%) 속도를 훨씬 넘어선다.음식숙박업,도소매업,운수업 등 전통서비스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38.7%로 전국에서 두번째로 높다.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의 신용등급 구성을 보면 강원도는 중신용등급 이하 대출자가 36.2%로 전국평균(28.2%)을 상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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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부진 및 매출 감소 체감 심각

김영란법과 근로시간 단축,미투 운동 확산에 따른 사회적인 분위기 등도 자영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공직사회 부패를 막기 위한 취지로 입법 도입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일자리 나누기를 목적으로 단행한 근로시간 단축은 저녁 매출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다.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된 7월부터 주요 도심 상가들은 저녁 손님찾기가 어렵다고 하소연이다.매출 침체는 회식문화가 사라지는 대신 ‘워라밸’ 등 사회적인 트렌드와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행 강원본부의 9월 강원지역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서 강원지역 비제조업 경영인들은 애로사항으로 인력난·인건비 상승(37.3%)과 내수부진(21.3%),경쟁심화(12.7%) 등의 순으로 고충을 토로했다.응답 내용 중 내수부진과 자금부족 등의 비중은 전월대비 각각 3.5%p,1.1%p 상승했다.이를 반영하듯 비제조업 매출BSI의 9월중 실적은 70으로 전월보다 4p 하락했다.채산성BSI 역시 9월중 실적은 70으로 전월보다 3p하락했다.자금사정BSI 실적(73),인력사정BSI 실적(70)도 전월 실적을 유지하는 등 나아지지 않았다.

정부 대책 업계 반응 냉담

정부의 자영업자 대책 발표에도 업계는 냉담한 반응이다.지난6월 정부가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으로는 △일자리안정자금,두루누리,근로장려금(EITC) 등 직접지원 확대 △카드수수료,세금 등 경영비용 부담 완화 △의제매입세액공제 공제한도 확대 △신용카드 매출세액 공제한도 인상 △소상공인 ‘제로페이’도입 △폐업 영세자영업자 구직촉진수당 신설 △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이다.이같은 대책에 자영업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자영업자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기존 대책을 재탕하면서 마치 새로운 대책인양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금선 강원발전경제인협회장은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이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있고,골목상권이 얼마나 무너졌는지,사회적 약자인 자영업 종사자가 얼마나 줄었는지를 다시 들여다보고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 leeh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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