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대해 묻는다.“행복,너 뭐냐”.쉽게 대답하지 못하겠다.행복,무엇일까….세상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소확행’이 유행한다.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나오는 정경처럼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즐거움.내 경우엔 텃밭 가꾸기와 비오는 날 산책하기,볕 좋은 가을 날 홀로 산행하기 등.이럴 땐 마음이 가벼워지며 산다는 게 뭔지 어렴풋이나마 느낀다.작지만 소중한 행복.그러나 늘 소확행에 젖어 살순 없다.의식주 해결이 발등의 불이니….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2월 20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삶의 가치와 목표 등 7개 영역 36개 하위지표별 만족도를 물었더니 행복지수 평균 점수가 6.329점으로 집계됐다.세대별 행복지수는 30대가 6.56점으로 제일 높았고,60대는 6.05점으로 가장 낮았다.가구별로는 1인가구( 5.84점),2인가구(6.27점),5인 이상 가구(6.48점) 순으로 높게 나왔다.외톨이 가구일수록 점수가 낮았던 셈.소득 등 사회경제적 지수가 낮을수록 행복지수가 떨어진다는 결과도 도출됐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또 다른 포인트는 20대의 불안감과 행복 빈곤.20대는 30대 다음으로 행복지수가 높았지만 미래 안정성 점수에서는 5.44점으로 꼴찌였다.청년층의 높은 실업률과 주거 빈곤 등 7포세대의 위기감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중위 행복도(6.5점)의 50%,60%,75% 미만인 행복도를 가진 사람의 비율인 ‘행복 빈곤’은 저소득층일수록 많게 나왔다.이들의 42.4~67.6%가 ‘행복하지 않다’는 행복빈곤자로 경제적 빈곤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중용(中庸) 4장에 ‘人莫不飮食也 鮮能知味也(사람들은 음식을 먹으면서 그 음식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라는 말이 나온다.인생을 살면서 삶의 참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인생을 맛있게 산다는 ‘인생팔미(人生八味)’의 철학적 배경으로 음식지미(飮食之味),직업지미(職業之味),풍류지미(風流之味),관계지미(關係之味),봉사지미(奉仕之味),학습지미(學習之味),건강지미(健康之味),인간지미(人間之味)가 그것이다.혹자는 부귀(富貴)와 빈천(貧賤),환란(患亂)과 우환(憂患)이 인생팔미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언감생심.팔미(八味) 중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누리기 어려운 세상이니….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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