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미래 직접 수확해요’ 농업 새 지도 그리는 인재들
인문계 진학 가능 성적에도
특성화고 농업인 진로 선택
편견 깨고 도 농업 발전 고민
“농업은 가장 가치있는 일”
취미마저 식물 경작으로 변화
나눔으로 농업 참의미 배워
FFK 전진대회 금메달 차지
꿈과 함께 현실적 목표 탐색

현재 두 학생은 함께 농업직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다.부모님의 영향이 컸지만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것 때문은 아니다.현장에 있는 농부도 좋지만 그들이 행복할 수 있고 자리잡을 수 있는 정책과 함께 농업의 발전을 이뤄내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춘천 소양고 내 야외실습장에서 조찬연(18·왼쪽) 학생과 조우연 학생이 직접 재배한 작물인 배추와 무를 들고 있다. 김명준
춘천 소양고 내 야외실습장에서 조찬연(18·왼쪽) 학생과 조우연 학생이 직접 재배한 작물인 배추와 무를 들고 있다. 김명준

대학 간판으로 사회적 위치가 정해지고 고등학교부터 심지어 유치원까지 등수와 순위에 연연하는 모습이 당연시되는 세상이다.아이들은 모두 같은 꿈을 꾸고 진정한 꿈의 의미를 잃은 채 안정적인 직업만을 좇아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이 교육현실이 됐다.사회의 잣대는 이미 고착화돼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이야기는 더이상 인정할 수 없는 사실이 돼 버린지 오래다.

모두가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희망하며 적성은 뒤로한 채 목적없는 공부를 하고 있지만 이들과 달리 남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는 형제가 있다.강원도 특성화고인 춘천 소양고 자영생명과학과에 입학,차세대 우수 영농인들을 선발하는 국내 최고대회인 제47회 FFK(영농학생) 전진대회에서 자랑스러운 금메달을 목에 걸고 미래 강원 농업의 꿈나무로 성장하고 있는 조찬연(18)·조우연(17) 사촌형제가 그 주인공이다.미래 영농인들을 발굴하기 위해 지난달 열린 FFK전진대회에서 두 형제가 나란히 전공경진 식물자원분야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의미가 크다.두 형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농업계 고등학교 전진대회에서 작물재배와 관련된 환경,관리방법,식물을 감별하는 감정항목에서 실력을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노래와 춤을 좋아해 뮤지컬 배우를 꿈꾸며 중학생시절 합창부 단장까지 맡았던 조찬연 학생은 고등학교 진학 시기가 다가오자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을 갖췄지만 특성화고 진학을 택했다.깊은 고민 끝에 소양고 자영생명과학과에 입학,고생하지 말고 공무원이 되라는 부모님의 조언 때문이었다.처음엔 적응하기 힘들었고 주변의 시선과 편견에 도망치고 싶어 자퇴까지 고민할 정도였다.처음부터 하루 아침에 농업인이 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덧 자신의 전공을 자랑스러워 하고 학교가는 것이 기대된다고 말하는 학생이 됐다.실습 수업으로 유리온실에서 키우고 있는 토마토를 비롯한 다양한 채소 파종부터 육모,이식,관리와 생산된 채소들을 직접 판매하는 수업 과정을 통해 그동안 가졌던 생각은 자연스레 변했다.배추를 길러 직접 김장을 하고 지역 소외 이웃에게 전달하는 수업과정으로 농업의 참의미를 배우고 있다.국화 등 다양한 꽃을 길러 생화를 판매하고 꽃차로 가공판매하는 수업에서도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조찬연 군은 “농사에 대한 이미지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좋지 않은 것 같다”며 “농업은 잘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치있는 일이다”고 자신있게 말했다.그에게 농업은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고 재미와 보람을 느끼는 자랑스러운 일이 됐다.지난 18일까지 다녀온 제주도 수학여행에서도 농장을 방문해 체험했던 귤따기 프로그램이 가장 재밌었다고 말할 정도다.

사촌동생 조우연 군도 형의 확신을 믿고 같은 진로를 선택했다.역시 처음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진로지만 형의 제안에 선뜻 입학을 결정했고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라 자신있게 말한다.컴퓨터 게임을 좋아하고 영화보기를 좋아하는 또래와 같은 평범한 학생이지만 농업 발전을 위해 함께하겠다는 의젓한 생각을 갖고 있다.더구나 입학과 동시에 첫해 FFK전진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농업 분야에 남다른 적성과 재능을 보이고 있다.요즘 조우연 군의 최대 관심분야는 식물재배다.전공과 함께 직접 집에서 다양한 식물들을 기르는 재미에 빠졌다.어린시절 두 형제는 할아버지 경운기를 타던 기억을 떠올렸다.두 형제는 “그땐 몰랐지만 지금은 농사를 지으셨던 할아버지가 가장 존경스럽다”고 말한다.

현재 두 학생은 함께 학교내 공무원반에서 농업직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다.부모님의 등살에 내린 결정이지만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것 때문은 아니다.어쩌면 강원도 농업의 발전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기대로 선택한 부분이 더 크다.현장에 있는 농부도 좋지만 그들이 행복할 수 있고 자리잡을 수 있는 정책과 함께 농업의 발전을 이뤄내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특히 이번 대회참가를 통해 자신들의 꿈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라는 사실을 증명해내고 싶었다.이번 기회를 통해 그들은 그동안 혼란스러웠던 진로에 대해 확신을 갖고 강원 농업을 위해 무언가 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FFK 전진대회 준비로 아이들과 함께 했던 소양고 이영미 지도교사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이영미 교사는 “그동안 가져왔던 편견과 학생들의 고민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며 “특히 농업 분야는 취업의 문이 넓지 않기 때문에 6차산업을 연계해 취업의 기회를 넓힐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농업의 시대,교육의 시대가 찾아왔다.젊은 인재들과 꿈나무들이 모여 강원 농업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농업을 가치있게 생각하고 아이들이 가진 꿈과 적성에 대해 선택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개척할 수 있는 변화의 움직이 일고 있다.진정한 교육은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꿈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야 하는 세상이다.두 형제가 입을 모아 말한다.“농업에 대한 편견을 깨고 새로운 농업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싶어요”.그들이 강원 농업의 미래와 교육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김도운 help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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