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은 경기 고양예고 2년
현관에 쌓인 눈들이 친구들의 부재를 알려주고
새 친구는 녹지 못한 눈에 발바닥을 새기며 들어온다
선생님,눈이 너무 깨끗해서 눈물이 나요
우리들의 이름은 나이테 같아서
몸 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다
눈을 먼저 밟은 친구가 감기에 걸린다
발사이즈도 신상정보니까
나는 물이 된 곳만을 밟고 다닌다
우리 내일은 눈사람을 만들자
울어도 녹지 않는 하루를 둥글게,둥글게
생일이 똑같은 친구들이 초를 나눠 불고
케이크 위에 얼굴을 묻는다
한 달에 한 번 서로의 볼이 움푹 파이는 시간
케이크 위에 올려진 딸기는 너에게 양보할게
선물로 받은 실전화기는 팽팽한 우리같아
흔들리는 마음을 전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실
선생님을 엄마라고 부르기에는
눈이 너무 빨리 녹은 겨울이에요
우리들의 저녁은 이불 밖으로 튀어나온 발목들로 끝이난다
서로의 발목을 뒤섞는 친구들
저는 중간이 되고 싶어요
무엇이든 중간이 될래요
선생님의 손가락은 왜 길거나 짧거나 둘 중 하나인 건가요
친구야,우리는 서로의 금 간 뒤통수를 바라봐 주니까
형제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우리들의 하루는 새둥지 속 알처럼 모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