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드나드는 동창회 밴드에서 가끔 유익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그저 번지르르한 말의 성찬이 과잉 유통되기 십상이지만,꽉 막힐 때 숨통이 트이는 한마디를 만날 때가 있다.때로 내 삶을 성찰하고 ‘그래’ 하면서,위안을 받기도 한다.지난 주말에도 이일저일 겹쳐 허둥지중 보내던 차에 이 밴드에 잠깐 들렀고,어떤 일을 할 때 ‘우선순위’를 정하라는 글을 보았다.그러면 벅찬 일도 꼬이지 않고 잘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급하면 이런 당연한 말이 떠오르지 않고,실천까지 한다는 건 더 어렵다.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급한데 왜 돌아가라고 하나,촌각이라도 줄여야 할 판에 말이다.그러나 실제로 서둘면 될 일도 안 되는 것이 경험칙이다.이 글을 올린 지인은 일본의 소설가 소노 아야코의 말을 인용하면서 꼭해야 하는 것,시간이 급한 것부터 하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을 텐데,라고 했다.다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꿈과 희망도 일단 순서를 정해놓으면 좋다고 했다.

소노 아야코의 말이란 “세상일 뜻대로 되는 게 별로 없어서 한 가지라도 이뤄지면 좋다고 생각해야 한다.그때를 위해 희망의 순서를 매겨둬야 한다”는 구절을 두고 한 말이었다.일이든 생각이든 한꺼번에 쏟아지면 병목현상이 생기고 아예 통로가 막혀버린다.일의 순서,생각의 순서,희망의 순서가 그래서 필요하다고 한다.

별 볼일 없는 개인의 삶도 병목이 생기는 일이 허다한데,국사를 챙기는 지도급 인사들은 무슨 수로 하루하루 버텨내나 싶다.오만가지 다 챙기면 며칠 못 넘길 것이다.그래서 가끔 ‘만기친람’하는 것을 지도자들의 병통으로 지적하는 것을 많이 본다.미국의 대통령 아이젠하워도 예외 없이 이런 고민을 접했던 것 같다.그가 터득한 방법이 있는데 일하기 전 명상하고,하루를 마칠 때 명상을 했다고 한다.

그는 A(긴급하고 중요한 것),B(중요하나 긴급하지는 않은 것),C(긴급하나 중요하지는 않은 것),D(중요하지도 않고 긴급하지도 않은 것)의 네 가지로 분류해 직접할 것과 위임할 것을 나눠 일을 처리했다고 한다.그랬더니 많은 일을 하면서도 성과도 좋고 여유도 있었다는 것이다.이게 바로 ‘아이젠하워의 법칙’이라는 것이다.한 마디로 무턱대고 고(GO)하지 말고 요령 있게 하라는 얘기다.한숨 돌릴 여유를 준 그에게 ‘좋아요’를 꾹 눌러주었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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