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봉국 궁예왕은 중생을 구제할 미래의 부처인 미륵 세계의 도시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었을까.미륵의 도시는 태봉국 철원성(옛 궁예도성)이다.현재 비무장지대(DMZ)에 있는데 1100년 만에 복원을 앞두고 어떤 유적이 나올지 초미의 관심사다.철원성은 905년부터 918년까지 태봉국 도성으로 내성 7.7km,외성 12.5km 규모로 백제의 풍납토성(3.5km)과 고구려 국내성(2.7km)보다 큰 우리나라 최초의 사각형 계획도시로 알려졌다.

철원성은 왕건과 그 추종세력의 쿠데타로 무너졌고,고려의 개국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궁예왕은 우리 역사상 가장 패악한 왕으로 매도됐다.그래서 고려 때는 말조차 못 하는 금기의 땅이고,조선시대 때는 관심조차 없었다.관동별곡의 저자 정철은 “궁왕 대궐터에 오작이 지저귀니,천고흥망을 아난다 모르난다”고 했다.지금은 철원읍 홍원리 풍천원 들에 터만 남아있다.1940년 발굴조사 때 석등2기가 나와 국보 118호로 지정됐으나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사라졌다.일제 때 경원선이 동서로 갈라놓고,6.25전쟁 때 최고의 격전지인 DMZ 정중앙에 놓이면서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미지의 도시로 남아있다.

이런 비극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철원성이 남북공동발굴로 평화시대를 알리는 희망의 역사가 되고 있다.그 물꼬를 최문순 지사가 트면서 지난 1일부터 철원성의 한 곳인 화살머리에서 남북 공동유해발굴을 위한 지뢰 제거작업이 시작됐다.그리고 철원성 공동발굴을 위한 사전답사팀을 비롯해 임종석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 일행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잇따라 방문하는 등 남북교류의 상징으로 부상하고 있다.

철원성은 외성은 남쪽,내성과 궁궐터는 북쪽에 있지만 오래 방치되어 수풀로 우거져 있다.이곳에서 궁예왕의 묘를 비롯해 역사를 바꿀 유적이 발견될 수 있다.궁예왕은 철원 명성산(鳴聲山)에서 피살됐는데,군사와 산이 궁예왕의 죽음에 절규해 울음산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태봉(泰封)은 평화가 깃든 평등세계를 바탕으로 삼한을 넘어 북방지역까지 넘보는 기상을 담았다고 한다.궁예왕이 꿈꾸던 미륵의 도시는 평화였을 것이다.우리 민족이 꿈꾸는 미륵의 세계는 평화와 통일이다.철원성이 남북평화의 공간으로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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