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 추암 해변에 있는 촛대바위는 강원도를 대표하는 명승 가운데 한 곳이다.해마다 새해가 되면 전국에서 해맞이 관광객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룬다.탁 트인 동해의 푸른 바다와 병풍을 두른 듯 해안을 따라 펼쳐진 백사장과 기암괴석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이 절경은 그대로 조물주가 그려놓은 한 폭의 그림 같은데,새해아침 저 수면위에 떠오르는 태양은 마치 그 화폭을 뚫고 올라오는 행위예술이다.

움직이는가 하면 멈춰 있고,멈춰 있는가 하면 살아 꿈틀거리는 장관이 연출된다.처음 떠오르는 해를 보려고 전국각지에서 멀고 가까움을 탓하지 않고 사람들이 운집한다.그 인파가 쏟아내는 탄성과 기원이 합쳐져 새해 첫날 아침이면 장엄한 드라마가 펼쳐지는 것이다.이 때 이곳은 누구에게는 꿈을 품는 자리가 되고,누구에게는 용기를 얻는 자리가 되고,누구에게는 또 간절한 기도처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촛대바위다.촛대바위라는 이름과 그 소재지를 알기 이전부터 사람들은 그 촛대바위의 실체를 먼저 알고 있을 것이다.여기가 바로 극장이나 TV화면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첫 배경화면으로 등장하는 곳이다.그래서 촛대바위라는 이름보다 촛대바위의 모습을 먼저 보았던 것이다.지난 2016년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의 가볼 만한 곳 10선’으로 꼽혀 진가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자연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변한다.늘 그대로인 것 같지만 실상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것이다.촛대바위도 오랜 풍화 작용과 주변 환경의 변화 때문에 몇 해 전 부터 붕괴위험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동해 시민이나 강원 도민,나아가 전 국민이 즐겨 찾는 명승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안타까움이 앞선다.2009년 안전진단에 이어 내년에 정밀진단을 거쳐 보존방안을 찾겠다고 한다.

그러나 높이 18.9m,폭 1.5~8m의 바위가 거센 파도와 비바람을 맨몸으로 버텨내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인근 동해항 3단계 공사도 변수라고 한다.지난 2월 문화재청과 동해시가 ‘일출 명승 1호’로 지정 예고했으나 보류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소리가 들린다.폭설에 소나무가 꺾이고 산사태에 폭포가 메워진다고 그걸 탓할 도리는 없겠다.최선을 다해야 겠으나 결국엔 자연의 순리에 따른 대안을 찾길 바란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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