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지난 3월 하순 한국프레스센터 1층 로비.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모 신문사의 사장 임명을 놓고 구성원들이 대자보를 붙였다.제목이 이랬다.‘차라리 청와대가 다 가져가라’(3월20일),‘낙하산 사장 공작 중단하라’(3월21일),‘진짜 문재인 정부다운 사장은 누구인가’(3월22일),‘청와대가 오만과 불통의 폭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3월26일) 일련의 벽보가 일주일 연속 나붙었다.마침 기자를 만나러 프레스센터를 찾았던 한 동료는 대문짝만한 대자보를 읽더니 빌딩이 흔들릴 듯 웃었다.막걸리집으로 자리를 옮겨 입을 연 친구의 표정은 어두웠다.“적폐청산을 외치며 출범한 새 정권의 하는 일이 쫓겨낸 전 정권과 같고,옛날 반정공신들의 논공행상과도 너무 닮아 아프다.” 그후 정권이 쥐락펴락하는 신문사,방송사,통신사 사장직은 역대 정권과 같이 친여권 인사들이 차지했다.언론 유관기관도 대선 공신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리를 꿰어찼다.국감장에서 제기된 일부 언론사의 정권편향 보도와 ‘땡문’,‘땡김’ 뉴스라는 지적은 과연 이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위 ‘가짜뉴스’와 탈북기자 취재 배제는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허위조작정보는 천번이라도 법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또 다양한 현행법을 통해서 형사상,민사상 죗값을 물을 수 있다.하지만 그 정의조차 분명하지 않고 여권 내부에서도 논란이 거센 ‘가짜뉴스’ 낙인찍기는 지극히 정파적이다.결국 언론 본연의 취재와 보도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속셈이다.지난 7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뉴욕타임즈(NYT) 설즈버거 창업자 사이의 설전은 그래서 빛난다.트럼프는 ‘가짜뉴스’라는 단어를 대중화시킨 것에 대해 자부심을 나타내면서 “다른 여러 나라들은 ‘가짜뉴스’를 금지했다”고 주장했다.설즈버거는 “그들 나라들은 독재국가이며,그들은 ‘가짜뉴스’를 금지한 것이라기 보다 그들(집권자)의 행동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보도)를 금지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5일 북한에서 사선을 넘어 와 대한민국 국민으로 정착한 한 언론인의 남북 고위급 회담 취재를 배제했다.충격적이다.‘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11조를 정면으로 훼손한 사건이다.또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갖고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21조에 대한 중대한 위배다.위헌적이다.헌법재판소는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하며 이같이 선고했다.“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언론 자유를 위해 지하드(jihad),성전을 벌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살해됐다.대척점에 서있던 사우디 왕실에 의한 계획적인 살인이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그의 펜을 부러트리고 손목을 끊더니 급기야 참수를 했다.집권자 입장에서 보면 카슈끄지의 글은 ‘가짜뉴스’요,그는 ‘가짜뉴스’의 허브였다.하지만 그는 진짜뉴스의 첫 발신지였고 결국 진실의 제단에 바쳐진 희생양이 됐다.그리고 이젠 사회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사우디 자유언론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우리에게도 ‘가짜뉴스’로 한때 낙인이 찍혔던 진짜뉴스가 민주사회를 건설해 낸 위대한 역사와 전통이 있다.1987년 군부독재시절 박종철 고문 치사를 알리는 한 줄의 신문기사는 정권에게 인정할 수 없는 ‘가짜뉴스’였다.2017년 최순실과 박근혜는 국정농단 의혹을 보도한 뉴스에 대해 ‘가짜’라는 주홍글씨를 이중삼중 덧씌워 부인하고 또 부인했던 기억이 생생하다.한순간의 ‘가짜뉴스’는 종종 역사의 물꼬를 새롭게 트는 불후(不朽)의 진실로 영원히 살아 숨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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