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까치를,까치는 사마귀를,사마귀는 매미를….같은 시공간에서 사람과 까치,사마귀,매미가 모두 승리를 확신하며 상대를 잡으려 하지만,그 승리를 가로채려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장자의 우화.이 얘기는 손자병법의 ‘전승불복(戰勝不復)’으로 전해지며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일깨운다.요즘 이야기로는 ‘갑을관계가 수시로 바뀔 수 있으니 자만하지 말고 분수에 맞게 처신하라’는 교훈.인생사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의미다.

혁신적인 기업가들은 전승불복(戰勝不復)과 응형무궁(應形無窮)을 기업 성공의 금과옥조로 여긴다.낡고 잘못된 관행과 시스템을 혁신하지 않고 과거에 안주하는 순간,도태 될 수밖에 없다는 것.‘승리는 반복되지 않는다’는 전승불복의 해법으로 응형무궁(應形無窮)을 제시한 배경이다.곧,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끊임없이 단련해야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그러나 이 교훈이 정치권과 관료사회에서는 통하지 않는다.자신들의 권력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기에.

이번 국감에서 관료사회의 재취업과 공공기관 고용세습이 ‘백’ 없고 ‘힘’ 없는 청년들을 절망케 했다.강원랜드 감독기관인 산업부는 최근 5년간 퇴직공무원 31명을 18개 산하 공공기관에 기관장과 임원으로 재취업시킨 것으로 드러났다.감독권을 내세운 전형적인 갑질이자 제식구 감싸기.재취업한 퇴직자는 자신이 몸 담았던 감독기관을 상대하는 로비스트가 되고 감독기관은 전관예우를 해주는 먹이사슬 구조다.이를 공정하고 정의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친·인척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한 서울교통공사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대기업의 경영권 승계와 노조원의 고용세습,관료사회의 재취업은 이미 현대판 음서제로 굳어졌다.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된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 또한 마찬가지.‘신(新) 고용세습’,‘고용세습 대마왕’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하지 않다.오죽하면 “취업하려면 공부 때려치우고 ○○○선거캠프에 들어가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왔을까.우리사회에서 전승불복(戰勝不復)은 힘없는 자들의 ‘자기 위안’에 지나지 않는 죽은 ‘경구’로 취급된다.희망의 사다리가 사라진 사회.이 사다리를 걷어찬 그들은 그들만의 왕국에서 어떤 미래를 꿈꿀까.적폐의 의미를 다시 곱씹게 된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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