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창섭 안동대  대외협력과장 (고성출신)
▲ 신창섭 안동대 대외협력과장 (고성출신)
고향집 옥상에서 보는 울산바위 관람은 일품이다.고향에서 보낸 푸근한 하룻밤을 털고 아침 슬라브 지붕 옥상에 서면 그림 같은 울산바위가 내게 평화를 준다.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어릴 적 내 친구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속초 터미널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다 보면 좌측으로 울산바위가 고향 도착을 반겼다.국도 7호선을 타고 오르내리면서 차창으로 울산바위를 보는 즐거움은 지역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어디서나 수려한 모습의 눈에 잡힐 듯 울산바위를 본다는 자체가 최고의 관광지라는 증표 아닌가.

그런데 어느 날부터 울산바위가 시야에서 가려지는 경우가 많아졌다.속초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가며 울산바위 보기가 쉽지 않아졌다.울산바위를 눈앞에 두고 독식하겠다면서 미시령 가는 길목에 리조트가 들어서더니,속초시내에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설악산 조망의 좀 경치가 되는 장소다 싶으면 영락없이 고층 아파트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고 목하 진행중이다.여기에 덧붙여 바다조망을 독식하려는 고층화가 진행되고 있다.청호동 아바이 마을 들어가는 입구에 들어선 고층 아파트 숲은 청초호와 바다에 괴물 같은 장벽이 되었다.청초 호반에 둘러쳐지는 마천루들은 아예 울산바위와 청초호 그리고 동해바다를 죄다 독차지하겠다는 심보로 하늘 높이 오르고 있다.

망가지는 거 순간이라고 속초가 이렇게 망가지고 있다.일각에서는 이걸 속초가 뜨니 아파트가 들어서고 빌딩이 올라간다고 칭찬한다.침체된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분석한다.속초의 주택 보급률은 100%를 넘었다.어쨌든 아파트가 들어섰으니 세수는 좀 더 걷힐지 모르겠다.그런 경제적 이득보다도 ‘속초 경관 다 버렸다’라는 평판 상실로 인한 손해가 더 막대하다는 것을 정책 당국자들은 각성해야한다.단정적으로 말하면 참 잘못되어 가고 있다.난개발도 이런 난개발이 없다.

속초가 지향해야 할 그림이 아니다.속초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원점을 망각해서 빚어지고 있는 참사다.설악산과 동해바다 그리고 청초호와 영랑호라는 두 개의 석호를 품고 있는 속초는 이들을 온전하게 경관으로 살려낼 때만이 경쟁력이 유지되는 것이다.그 전제는 도시 어디에서든 편안하게 건물의 규모나 높낮이에 관계없이 조망권이 확보될 때 그렇다는 것이다.

왜 속초에 오는지 물어보시라.회를 먹으러 온다고 하겠지만 단지 회가 있어서가 아니라 모방할 수 없는 풍광에 매혹되기 때문이다.이 풍광이 속초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원천이고 먹고사는 원자재들이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원자재들이 제 빛을 발하지 못하고 높이 올라간 건물에 사는 사람들만 독차지하는 불균형 구조로 치닫고 있으니 딱하기 그지없고 속초미래에 암울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근시안적인 탁상행정이 속초를 수렁에 빠트리고 있다.

현재 논란중인 건축물을 비롯해서 일체의 논란을 종식시키고 새로운 접근으로 속초 도시경관 확보를 위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마천루가 솟는 만큼 지역주민의 삶이 높아지는 것은 결코 아님을 새겨야 한다.속초의 대지가 통곡하는 소리를,개발 등쌀에 떠밀리는 시민들의 절규를 정책당국자들은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무분별한 고층화로 관광객들과 주민들의 원성을 사는 난개발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설악산을 보호하는 것이 산 자체에 대한 환경보호를 넘어 조망을 보호하는 것까지 포함돼야 한다.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간과한 채 어설픈 화장으로 얼굴을 망치는 어리석음을 더 이상 반복해선 안된다.축복의 땅임을 잊어서는 안된다.스위스 루체른이 부럽지 않은 천혜의 절대 미관의 파노라마가 있다.속초 발전의 비전과 주민들의 쾌적한 삶 그리고 관광 1번지 속초의 지속적인 명성 앞에서 누구도 경관을 훼손할 권리가 없다.행정기준 타령만 할 때가 아니다.이러다 울산바위 보려고 드론을 타는 날이 오지 않을까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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