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의 경구 하나 실천하지 못한 나의 가을은 초라한 모습이다.코스모스가 누가 피라고 하지도 않았는데,저렇게 줄을 잇고 국도변에 느려져 있다.누구의 행차라도 있단 말인가.그게 아니라면 어떤 그리움이 있어 얼굴 단장하고 기다린단 말인가.쓰러질 것 같으면서도 쓰러지지 않는 것은 마디의 힘 때문이다.나도 뼈마디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거니... 설악의 단풍이 빠르게 하산하고 있다.미당 시인은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란 명구를 남겼다.이 시의 구절은 가을에 한층 빛난다.이제 여행자들은 단풍을 따라 긴 여행을 하리라.가을에 몸을 담그고 체험한 것을 배낭에 담아 삶의 지표로 삼을 것이다.
노약자들은 가을에 고독을 느낄 것이다.낙엽이 지면 인생의 무상함을 받아들인다.그 고독을 이겨내는 내성을 기르지 못하면 고독사에 이르기 쉽다.시인들이 고독을 활용해 작품을 완성하기도 하지만 고적감을 감당하지 못하고 죽음이 고독을 앞질러 내달리면 고독사를 면하기 어렵다.때문에 인간은 낙천적으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자주 모임에 나가서 대화를 많이 하고 음악을 즐기고 이성과 대화하고 시 낭송을 자주 하면 고독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자연을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인생을 즐기는 것은 기쁜 일이다.자연의 오고 가는 계절에서 느끼는 것이 없다면 자연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다.지금은 가을을 학습할 때다. 정일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