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세 번이나 받을 수 있는 상/아침상,점심상,저녁상/받아도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안 해도 되는 그런 상/그때는 왜 몰랐을까…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엄마 상/이제 받을 수 없어요…하지만 아직도 그리운 엄마의 밥상.이 시는 2016년 전북도교육청 글쓰기 공모에서 암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며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쓴 ‘가장 받고 싶은 상’이라는 제목으로 전국에 엄청난 울림을 줬다.

이 학생처럼 한국 사람은 누구나 엄마가 해주는 밥상을 좋아한다.흔히 “밥이 보약이다. 밥심으로 산다”고 한다.이를 풀어보면 엄마가 해준 따듯한 밥상이다.엄마표 밥상은 힘들 때 더 먹고 싶다.타지에 있는 사람은 “엄마가 해주는 밥이 제일 그립다”고 한다.운동선수는 “엄마가 해 주는 밥을 먹고 우승할 수 있었다”고 인터뷰한다.여자들은 출산 후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싶다”고 한다.학창시절 엄마가 싸 주던 도시락에는 엄마의 정성이 담겨있다.엄마가 해 준 밥상은 삶의 원동력이다.세상에 나가 무슨 일이라도 해낼 것 같은 힘의 근원이다.

그러나 워킹맘들의 급증으로 엄마가 해주는 밥상이 줄고 있다.이를 반영하듯 가정 간편식 시장이 2015년 1조6000억 원에서 2017년 2조2500억 원 규모로 37% 이상 성장했다.올해는 3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초중고교 자녀들은 점심·저녁을 학교 등에서 먹는다.워킹맘들이 일과 가사의 병행에 어려움을 호소하자,워킹맘들을 대신해 다른 엄마들이 아이에게 따듯한 아침과 저녁 밥상을 차려주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내년에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내놓은 ‘트렌드 코리아 2019’ 10개 키워드에서 밥 잘 사주는 예쁜 엄마가 등장했다.한 방송에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패러디한 것인데,80년대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 가족의 특징이라고 한다.엄마가 밥을 해주는 대신 밥 사주고 남는 시간에 자기계발을 한다는 것이다.이제 엄마는 밥상을 차려주는 정성의 화신이 아니라 밥 잘 사주는 예쁜 여성으로 변했다.시대의 흐름이라고 하니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왠지 낯설다.앞으로 엄마에게 “밥해 주세요”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없을 것 같다.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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