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바람의 소리마저도 숨 쉬고 토해가는 느낌까지도
내 안에 느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나를 쫓던 그림자마저도 고요의 도시가 삼켜 버린 것일까,
여름내 무더웠던 태양마저 떠나간 흔적 곁으로 가을이 혼자 서 있다.
얼마만큼의 길을 걸었을까,목적 없는 길은 지루하기만 하다.
사람들 사이로 눈길을 살피던 호객의 불빛도 나를 떠나버렸다.
어디로 발길을 옮겨야 나를 떠나보내지 않은 여운이나마 건질 수 있는 것일까.
어둠이 내려앉는다.
하루가 또 내 곁을 떠나려 한다
지금 내게 남아 있는 것은 공허함으로 걸어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일만 남아 있다.
김종섭·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