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 문단의 큰 별 김윤식 선생이 82세를 일기로 타계했다.그의 죽음을 대하는 문단의 자세가 아주 각별하다.그의 부재가 그의 존재를 드러낸다.1936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1968년 모교에서 전임강사로 임용되면서 평생을 가르치고 쓰는 일에 몰두한 삶을 살았다.지난 2001년 정년퇴직할 때까지 수많은 후학을 길러냈고 200여 권의 방대한 저서를 남겼다.

학자로서 비평가로서 교수로서 그의 업적과 삶이 여러 각도에서 새로 조명되고 있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그에 대한 평가는 한마디로 ‘한국문단의 거목’ ‘영원한 스승’이라는 것으로 요약된다.그만큼 치열한 삶을 살았고 엄청난 족적을 남겼다는 것이다.그의 업적이 없었다면 한국 근현대 문학연구의 볼륨이 얇았을 것이라고도 하고,그의 그늘을 벗어나서는 한국문학을 연구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한다.

세상에 자기 분야에 일가를 이룬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인데 그가 이런 특별한 평가를 받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그가 문단의 울타리에 갇힌 전문가가 아니라 스승이 없다는 시대에 사표(師表)로 불리는 데는 까닭이 있을 것이다.“한 편의 글을 쓰려면 그 10배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고 한다.이 한마디야말로 그의 독보적 업적을 뒷받침하고 그의 총체적 평가를 떠받치는 힘이 아닐까 한다.

이 말은 그의 글쓰기 철학이자 윤리였다고 한다.그의 읽기는 단순히 독서를 하는데 그치지 않았고 현장 취재를 하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증언과 채록,문헌발굴은 그의 서재가 아니라 발품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그의 평론이 단순히 한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그의 삶과 시대를 총체적으로 해부하고 아우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이런 빈틈없는 태도가 그의 삶과 생애를 만든 것이다.

철저한 준비와 확인이 그만큼 높은 탑을 쌓을 수 있게 한 것이다.그는 ‘발바닥으로 글을 쓰는 사람’을 자처했다고 한다.현장취재는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야 하는 언론인의 자세이자 덕목이기도 하다.그래서 기사를 발로 쓰라는 말을 하는데,선생이 문학을 하는 태도와 같은 맥락이다.진짜와 가짜조차 구분되지 않는 정체불명의 글이 난무하는 시대다.열 개를 품어 하나를 뽑아내는 것이 진정 쓰는 자일 것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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