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될 줄 았았다’,‘설마 했는데,이럴 줄이야…’.북한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냉면’발언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탄식과 조소,비아냥이 봇물처럼 쏟아진다.그 바탕엔 진보·보수 진영 모두 ‘불쾌함’을 깔고 있다.결례를 넘어 무시당했다는 느낌.이재용·최태원을 비롯한 우리 대표 기업인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말했다면 그 자체로 ‘판’은 깨진 것이나 다름없다.정상적인 대화와 협상을 어떻게 기대하겠나.면박을 당한 우리 기업인들은 그 맛있다던 평양냉면 육수가 소태처럼 썼을 것이다.

말은 곧 품격.외교와 비지니스는 물론 일상적인 사회관계에서도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표현과 어법에 따라 개인의 인격과 품성은 물론 그가 속한 그룹의 격이 드러나고,결정되는 것이다.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 위원장의 냉면발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힘들게 하는 일”이라며 “북측의 사과나 그에 걸맞은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국민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하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는 김진태 국회의원의 지적에 이 정부는 유구무언.참 답답한 노릇이다.

‘튼튼한 인간관계는 곧 성공한 인생을 의미한다’,‘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이 말은 모두 관계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가리키고 있다.동서양을 막론하고 주변과의 관계를 튼튼히 하라는 지침서가 널리 읽히는 이유다.‘사교의 기술’ 저자인 마빈 토마스는 “얼굴만 알고 이름은 모르는 주변 모든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는 것이야말로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모든 사람과의 관계를 잘 형성하면 언젠가 그들의 도움을 받을 날이 온다는 얘기.

요즘 인터넷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주변 사람을 떠나게 만드는 행동 11가지’가 확산되고 있다.필요할 때만 찾기,약속 어기기,강한 자에 약하고 약한 자에 강하기,뒷담화하기,돈 빌리고 잊어버리기,거짓말하고 우기기,타인에게 의존하기,내 생각만 고집하기,지나치게 과시하기,예의없이 행동하기,폭력 일삼기 등이다.이런 유형의 인간에게서 ‘공감’,‘감동’이 전해질 리 없다.냉면 발언이 그 전형.남북이 ‘1촌’ 관계로 발전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밥자리에선 개에게도 선심을 베푼다는데….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