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6월 한국전쟁 휴전협정을 앞두고 이승만대통령과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간의 갈등은 정점을 찍고 있었다.아이젠하워는 한국전쟁의 조기종식을 원했고,이승만은 휴전반대·북진통일을 부르짖는 대척점에 서 있었다.이승만이 직권으로 반공포로를 석방하고 한국군 단독으로 북진을 요구하자 하이젠하워는 이승만 제거작전(Plan Everready)까지 논의했으나 여러 상황상 실행하지는 못했다.이승만은 휴전협정에 참여하지 않지만,방해하지도 않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한국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미군주둔,한국군 현대화 지원 등을 얻어냈다.

한국과 미국의 갈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박정희 대통령 때는 핵개발·미사일 발사 등으로 미국은 청와대에 도청기까지 설치했다.김영삼 대통령은 1994년 클린턴 미대통령의 북한 핵시설을 폭파하려 하자 “서울이 불바다 된다”며 강력 반대했던 일화는 유명하다.김대중 대통령과 부시 미대통령은 햇볕정책과 북한에 대한 악의 축 발언으로 엇박자를 냈다.노무현 대통령 때는 반미감정이 높았으나 이라크파병 등 협조도 있었다.박근혜대통령은 2015년 중국 천안문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 참석으로 미국을 당황시켰다.이처럼 한미관계는 갈등도 많았지만 큰 틀에서 공동의 이익을 위해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그래서 한미관계는 동맹을 넘어 혈맹이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 대북문제를 둘러싸고 한미동맹에 금가는 소리가 높다.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5.24 해제조치 발언에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그것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외교적 결례의 말을 쏟아냈다.한국을 동맹국이 아닌 속국으로 취급하는 발언이다.여기에 미국정부가 한국정부를 통하지 않고 평양을 방문했던 국내기업들에 북한 협력사업 추진상황을 파악하고,국내7개 은행에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지 말라”고 요구하는등 내정간섭으로 오해받기 쉬운 행동을 했다.

이런 이유로 한미당국이 대북정책을 조율하기 위해 이달부터 출범시킨다는 워킹그룹(실무단)이 왠지 미국이 상국으로 한국을 지배하려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트럼프는 지난해 4월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말한바 있다.이제는 미국이 한국을 자신들의 속국으로 여기는 것 같아 씁쓸하다.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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